늘어지는 형사재판…‘불구속’ 1심 공판만 8개월

입력 2024-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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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에 비해 처리기간, 최대 2배 이상 격차

‘2024년 사법연감’ 발간

1심 구속 합의사건 144.1일…5개월 소요
불구속은 228.7일로 8개월…‘1.6배’ 길어
형소법상 1심 구속기한 6개월 영향 때문

피고인이 구속됐는지 여부에 따라 형사재판 기간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심 공판의 경우 구속 재판에 비해 불구속 재판 처리기간이 최대 두 배 이상 장기화했다.

▲ 대법원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연합뉴스)

2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2024년 사법연감’ 형사편에 따르면, 작년 한해 1심 공판 합의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구속 144.1일로 5개월 정도 소요됐다. 반면 불구속은 228.7일로 8개월가량에 달했다. 불구속 형사재판 기간이 구속보다 약 1.6배 길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구속 167.3일, 불구속 390.3일로 구속과 불구속 간 재판기간 격차가 2.3배로 확대됐다.

형사 단독사건 역시 불구속 재판이 길어지는 양상은 마찬가지다. 단독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구속 110.7일(4개월), 불구속 180.7일(6개월)로 각각 집계됐다.

피고인이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되기 전 형사재판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검찰과 법원 모두가 갖고 있어 구속 재판이 상대적으로 단기에 끝나는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구속기간은 2개월이다. 다만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2차에 한해 법원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고 갱신한 기간도 2개월이다. 상소심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 조사, 상소이유를 보충한 서면 제출 등으로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득이한 경우 3차례까지 갱신할 수 있다.

따라서 재판을 위해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1심 6개월, 2심과 3심 각각 4개월부터 6개월까지 합계 1년 2개월에서 1년 6개월에 이른다. 특히 재구속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의해 구속됐다가 석방된 사람은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재차 구속하지 못한다.

▲ ‘2024년 사법연감’ (출처 = 대법원 법원행정처)

서울중앙지법 구속 167.3일‧불구속 390.3일…2.3배 벌어져

1심 공판만 2년 넘게 진행되는 비정상적 형사사건이 유독 불구속 재판에서 많은 점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1심 형사 합의재판 기간이 2년을 초과한 구속 피고인은 61명에 불과하다. 전체 1심 구속자가 5353명인 점을 감안할 때 미미한 숫자다. 하지만 2년 이상 불구속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973명으로, 구속과 비교하면 16배나 압도적으로 많다.

이 중 서울중앙지법이 구속 12명, 불구속 284명으로 전국 60개 법원 가운데 가장 많다.

▲ ‘2024년 사법연감’ (출처 = 대법원 법원행정처)

민사 1심 선고까지 평균 16개월…5년 새 반년↑

재판이 늘어지는 경향은 민사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소송 가액이 5억 원을 넘는 민사 소송을 내면 지난해 기준 1심 선고를 받기까지 평균 1년 4개월(15.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9.9개월이 걸렸는데 2020년 10.3개월, 2021년 12.1개월, 2022년 14개월로 점점 길어지고 있다. 5년 사이 반년이나 늘어난 셈이다.

민사소송은 소송액수에 따라 관할이 달라진다. 1심의 경우 소가 5억 원 이상은 판사 세 명으로 구성된 합의부가, 그 아래는 판사 한 명이 단독으로 심리‧판결한다.

소가가 클수록 양쪽이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가 많고 사실관계도 복잡해 1심 재판부의 심리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심 민사단독 사건은 평균 5.4개월이 소요됐다. 2019년 5.1개월, 2020년 5.3개월, 2021년과 2022년에는 5.5개월이 걸렸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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