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만찬 후에도 독대 논란...계파 갈등·당정 관계 우려 고조

입력 2024-09-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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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독대 논란이 계속되면서 당정 간 긴장관계가 쉽게 가라앉이 않을 조짐이다. 한 대표가 당초 요청했던 독대가 불발된 뒤 독대를 재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대응을 자제하면서 불안한 당정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대 요청 이후 대통령실의 응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기다려보시죠"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선 전날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 대해 아직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서도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으려고 생각하면 저와 같을 것이고, 그럴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만찬 직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다시 요청했다. 한 대표가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대통령님과 현안들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잡아달라"고 직접 요청을 했다는 게 여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요청에 대해 공개하겠다는 사실 역시 미리 알렸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는 이번 만찬 직전 한 대표의 독대 요청으로 잡음이 일면서 이미 불편한 기류를 이어왔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상황을 보자"며 즉답을 피했고, 이후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정리하며 사실상 요청을 거부해서다. 한 대표는 만찬 당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대 요청에 대한 언론 보도를 두고) 일각에서 자꾸 흘렸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 요청을 한 게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 흠집내기나 모욕주기처럼 느껴지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불편한 기류 속에 진행된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라고 부르며 친근한 표현을 이어갔지만 한 대표가 원했던 독대는 결국 불발됐다.

여당에선 만찬을 둘러싸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 계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의정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민감한 현안 논의는 전혀 없었다. 그런 얘길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연히 당대표로서 적어도 건배사나 인사말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말씀 정도는 준비하지 않으셨을까. 그런데 그런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반박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인사말 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한동훈 대표께서도 바로 대통령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선 독대 논란이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만찬이 이뤄진 뒤엔 어느 정도 봉합될 것으로 보였던 갈등이 오히려 만찬을 계기로 더 거칠어지고 있어서다. 여야 대치, 특검법 대응, 의정갈등 등 국정 현안을 앞에 두고 독대 논란이 블랙홀처럼 모든 상황을 빨아들이는 형국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용하고 경청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나, 독대를 두고 언론플레이만 하는 당대표나 둘 다 치졸하고 한심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물론 친윤계과 친한 간 계파 갈등이 심화하면서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불편한 기류 속에 한 대표가 재요청한 독대 역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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