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에서도 포기한 ‘근감소증’ 신약…현재 개발 현황은

입력 2024-10-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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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텍 신약·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진행 중 [초고령사회 근감소증②]

전 세계적인 노인 인구 증가로 대표 노인성 질환인 ‘근감소증’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많은 글로벌 제약기업이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국에서는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근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나, 신약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영양제를 중심으로 한 근감소증 관련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26억 달러(약 3조4600억 원) 규모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6.1% 성장해 47억 달러(약 6조26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인구전망(World Population Prospects 2019) 보고서를 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따라서 예방 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관심도 증가하면서, 근감소증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일찍이 근감소증 치료제 연구개발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MSD는 2007년 근육감소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가 있는 65세 이상 여성 170명을 대상으로 선택적 안드로겐 수용체 조절체인 ‘MK-0773’의 근력 및 제지방(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을 뺀 나머지 무게) 체중 개선을 입증하는 임상 2상을 실시했다. 하지만 위약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고 2010년 관련 연구개발을 중단했다.

노바티스는 세포 대사, 발달, 면역반응 등의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액티빈 II형에 주목해 액티빈 II형 수용체 길항제인 ‘비마그루맙’을 근감소증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해당 연구도 2016년 임상 2b/3상에서 연구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외에도 리제네론과 사노피, 암젠, 일라이릴리 등이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현재는 모두 중단했다.

의학계는 노화로 근육이 감소하는 현상이 단순히 하나의 생물학적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또 근육량 증가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 개선이라는 지표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임상개발 난도가 높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근육량을 아무리 늘려도 근감소증을 해결하지 못한다. 근육과 관계된 요인이 호르몬 계통일 수도, 운동 신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근육을 키우는 단백질을 흡수하는 곳이 해결돼야 할 수도 있고, 노화로 인한 근육위축을 막는 방안을 못 찾아서일 수도 있다”며 “여러 요인이 다 걸쳐 있어서 동시에 다양한 부분에서 작용하는 기전을 찾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도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으나 대부분 기초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KSB튜젠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근감소증 치료제 ‘KSB-10301’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을 받아 환자 투약을 진행 중이다. 앞선 전임상에서 다수의 노화 동물모델 앞정강이근과 장딴지근의 근육량 감소를 억제했고, 근 기능 측면에서도 실제 사람의 근감소증 진단 기준과 유사한 평가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 회사는 “총 158명 환자 모집과 투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 모든 임상 종료가 목표”라고 밝혔다.

모아라이프플러스(구 비엘)는 근육 분해 작용을 하는 마이오스타틴과 액티빈A을 동시 타깃하는 약물 유효성분을 하나의 유산균에 탑재한 근감소증 치료제 ‘BLS-M32’를 개발 중이다. 2021년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아직 임상에 진입하지 않았다. 올해 4월에는 미국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바이오기업 ‘엘레바이랩스’에 기술이전했다.

이외에도 노브메타파마가 자체 개발 핵심물질인 ‘C01’로 동물용 근감소증 치료제를 먼저 상용화한 뒤 인체용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근감소증에 대한 디지털치료기기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병원을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가 집에서 자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맞춤형 운동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 근감소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일 주기 위해서다. 웰트, 하이, 디파이, 엠투웬티(M20) 등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도전하고 있다.

업계는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축적해 더 좋은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게 해 치료 효과를 증대시키고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 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혁신 연구개발(R&D)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단도 올해 7월 근감소증 멀티모달 치료기술을 첫 번째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추진단은 근육의 양적·질적 향상을 위해 신규 바이오마커, 치료제, 디지털 의료제품 등 다양한 근감소증 치료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수명 단축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근감소증을 해결하는 것은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최근 다양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근감소증의 경우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근감소증 치료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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