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지수’ 공개됐지만 기대 반 우려 반…일본서도 시장 성과 밑돌아

입력 2024-09-24 16:00수정 2024-09-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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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특성 고려…수익성·주주환원 지표 담아…일본과 차별화
지수로 증시 상승 한계…기업 실적 개선 밑바탕 되어야
“경영권 방어 비용 부담 증가…높은 상속세율 탓 주가 부양 원치 않을 수도”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4일 오후 서울사옥 출입기자실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은 일본의 시장 개혁(기업밸류업 정책)을 카피하는 데 한계가 있다.(WSJ)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기에는 제한적이다.(맥쿼리증권)
상법 개정이 없는 한 밸류업이 어려울 수 있다.(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공개된 24일, 국내외 주요 언론과 증권사는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시장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했다. 이날 코스피는 밸류업지수 발표 기대에도 1.12% 상승하며 보합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는 각각 3590억 원, 2170억 원 순매도했다.

기대 반 우려 반

밸류업지수가 공개되고, 이를 벤치마크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설정되면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증시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서 일본은 밸류업지수인 ‘JPX 프라임(Prime) 150’을 개발했지만, 니케이225 대비 긍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올해 상반기 일본 증시 상승장에서 JPX 프라임 150 지수는 약 16% 상승하며 오히려 시장 성과(18%)를 하회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밸류업지수의 수익률이 좋았지만, 이는 일본 증시 전반의 상승세에 따른 것이고 밸류업지수 자체가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밸류업지수 자체의 개설 효과나 수급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지수에 대한 무분별한 패시브 효과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며 “과거 2008년 녹색성장 펀드, 2014년 통일 액티브 펀드, 2018년 초 KRX300 지수, 2020년 BBIG K-뉴딜 지수 모두 순자산총액(AUM)은 높게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국내와 일본 밸류업지수와의 차이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외에도 수익성, 주주환원 등 여러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업종 및 시장 대표성 강화를 위해 산업군별 특성도 고려했다. 밸류업지수(100개 종목)에는 한국 경제와 산업구조를 대표하는 정보기술(24개), 산업재(20개), 헬스케어(12개) 등 9개 산업군이 편입됐다. 거래소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밸류업지수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2.5%로 코스피 200(4.3%)과 KRX 300(4.9%)을 웃돈다.

▲한국거래소는 △시장대표성(시총 상위 400위) △수익성(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닐 것 △주주환원(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시장평가(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내 50% 이내 △자본효율성(산업군별 ROE 순위비율) 등 다양한 평가지표를 적용한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을 선별한다고 24일 밝혔다. (출처=한국거래소)

기업 기초체력 강화가 ‘정공법’

전문가들은 밸류업지수가 기업들의 밸류 리레이팅을 통해 해당 지수에 편입되도록 독려하는 것이 당초 취지라는 점을 강조한다. 밸류업지수로 증시가 상승하거나 자금이 크게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도 ‘밸류업지수 개발을 통해 한국증시에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선순환 구조 정착 지원’ 정도로만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결국, 밸류업 성공을 위해선 기업의 실적 개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수시장이 탄탄한 일본과 달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는 결국 ‘잘 버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와 사업 확대를 저해하는 각종 ‘갈라파고스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주주환원과 경영권 방어 부담이 늘수록 비용 발생도 늘고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진국은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일반주보다 많은 의결권 부여)이나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를 두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상법 개정이 없는 한 밸류업은 어려울 수 있다”며 “대주주는 경영권 방어나 상속세 증여 측면에서 주가 부양이 즐겁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총 1위 삼성전자에 대해 “현금이 있는 곳과 현금이 필요한 곳 사이에 큰 불일치가 있어 시총 규모를 고려할 때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기에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세제혜택 등 기업들이 실행의지를 높일 만한 공격적인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상속세 완화, 배당 외 다른 수단 금지 등 근본적으로 기업이 주가 오르는 것을 좋아할 만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잭키 웡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 탓에 재벌가가 주가 부양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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