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美 인하해도 韓 시장금리 하락세 느려…높은 가계부채·부동산 과열 변수”

입력 2024-09-2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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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시작됐지만, 시장금리는 더딘 하락 속도를 보여 팬데믹 이전 대비 고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한국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미국에서 오는 대외요인과 국내 물가 및 경제성장률 외에도 가계부채와 부동산가격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더딘 금리하락 속도와 폭을 유지한다는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4일 "문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이다.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에 대한 고려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느냐, 아니면 가계부채 규모와 부동산 시장 상황까지도 한국은행의 부담이 되느냐는 현재 진행 중인 금융정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8일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5.25~5.5%에서 4.75~5.0%로 인하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마지막으로 인하된 2020년 2월 이후 기준 55개월 만의 일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 기대가 대부분 선반영되어 있는 상황으로 시장지표의 변동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8월 평균 2년 만기 미국 국채 시장금리는 3.98%로 인하된 기준금리 대비로도 1%p 낮은 수준이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전문위원은 "올해 4분기 이후 시장금리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향후 수년간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대비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세계 주요국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 경기 호황으로 민간의 자금 수요도 증가하는 시기에는 시장금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규모 투자, 팬데믹 이후 임금 상승도 자금 수요 증가 원인"이라고 짚었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도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을 예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 위원은 "예측을 어렵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인"이라며 "해리스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이 실행된다면 미 연준은 앞서 9월에 제시한 경기전망에 맞추어 금리를 인하해 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후보의 공약에는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켜 기준금리 인상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고 했다.

문제는 한국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이다. 한국은 지난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는 등 미국보다 먼저 물가상승률이 안정됐고,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보다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 크다. 경제성장률과 환율, 물가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야 할 요인으로 충분하다.

정 위원은 "지난 2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달 말 기준으로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3월 말 대비 상승하였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이하 ‘BIS’)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BIS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문의 부채는 가계 및 비영리부문이 92%, 비금융기업 부문이 112%로 각각 선진국 평균인 70%와 88%에 대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BIS는 GDP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모두 부동산과 관련된 부분이 크다는 점에서, 호주, 캐나다, 유럽 국가 대비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을 중심으로 이뤄질지, 아니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상황까지도 한은의 부담이 되느냐는 현재 진행 중인 금융정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부실우려 PF 사업장에 대한 대출채권 상각 △원활한 경공매 진행 여부 △스트레스 DSR의 가계부채 억제 효과 등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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