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못 사겠다” 서울 집값 상승세, 빌라ㆍ오피스텔로 옮겨가나

입력 2024-09-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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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0.00%) 대비 0.03%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2022년 8월 이후 23개월 만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역전세와 전세 사기 등으로 지난해 수요자에게 외면을 받던 비(非)아파트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전ㆍ월세 시장까지 확대되며 무주택 실수요자가 비아파트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올 7월 보합(0.00%)으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0.03% 올랐다. 23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지역별로는 △서남권(영등포ㆍ양천ㆍ동작ㆍ강서구) 0.09% △서북권(마포ㆍ서대문ㆍ은평구) 0.06% △동북권(노원ㆍ도봉ㆍ강북구) 순이다.

이달 3일 영등포구 ‘리버타워’ 127.51㎡(이하 전용면적)는 직전 신고가(4억5000만 원) 대비 약 2억 원 오른 6억3000만 원(7층)에 손바뀜했다. 7일 양천구 ‘우림필유’ 76.35㎡는 9억3000만 원(10층)에 신고가를 썼다. 2020년 12월 직전 신고가(7억7500만 원, 7층)와 비교하면 약 3년 만에 1억6000만 원가량 오른 셈이다.

부동산원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교통 여건이 편리한 역세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수요가 증가하며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빌라 매매가격도 오름세다. 7월 기준 서울 빌라 실거래가지수 변동률은 2.68%로 2020년 6월(2.74%) 이후 약 4년 만의 최고 수치다. 같은 기간 아파트 변동률(2.23%)보다 높다.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와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2.84%)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서남권(2.20%) △도심권(용산ㆍ종로ㆍ중구) 2.19% △동북권 2.09% △서북권 1.96% 순으로 서울 전 권역이 2%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거래량도 증가 추세다. 7월 서울 빌라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2021년 5월(1만3135건) 이후 가장 많은 1만2783건을 기록했다. 매달 거래량이 1만 건을 넘지 못했던 지난해 하반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고점 수준까지 올라온 데다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가계부채 감축을 위한 고강도 규제에 나서자 비아파트의 매력이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저렴한 오피스텔과 빌라에 실수요자가 몰리며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비아파트 가격 흐름도 결국 아파트 매매가를 따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빌라 선호도가 높아졌다기보다는 아파트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고 대출까지 봉쇄되며 구매능력이 줄어든 것뿐”이라며 “아파트 매매가 조정되거나 대출 관련 규제가 풀리면 언제든지 수요자들은 아파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올 상반기 아파트 매매비중은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만큼 상승 기대감이 컸다”며 “아직 전세 사기 문제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은 상태에서 비아파트가 얼마나 수요를 키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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