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아래 바닥도 뚫렸다…추락하는 中펀드

연초 이후 설정액 3400억 탈출

미중 무역충돌·中 경기침체까지

▲중국 증시 거래대금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으며 국내 투자자가 중국 펀드를 외면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증권가는 미·중 충돌 불확실성이 해소되거나 중국 경제 회복세가 나타날 때까지 증시 하방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19일까지 국내 186개 중국 펀드 설정액은 3400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화권 펀드에서도 3911억 원이 빠졌다. 전체 순자산은 4조8637억 원으로, 설정액(6조2781억)에 비해 약 1조4000억 원 쪼그라들며 설정액-순자산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수익률도 중국(-3.87%), 중화권(-8.23%) 등으로 부진했다.

최근 중국 증시 상황은 좋지 않다. 연초 이후 상해종합지수는 7%대 내림세로 2730선까지 주저앉았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는 12%대 반등했지만, 아직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당시인 2021년 고점(1만2200선) 대비 절반가량에 그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6~8월 중국 증시 거래대금은 지속 감소하며 2020년 이후 최저수준에 도달했다.

중국 펀드 인기가 시들해진 배경 중 하나는 미·중 무역 충돌 격화다. 양측은 전기차, 희토류, 철강 등 글로벌 공급망을 두고 관세 전쟁을 펼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해리스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과 갈등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미국 내 대중국 정서는 부정적이다.

미국과 경제 부문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도 중국 무역 제재에 한창이다. 캐나다는 지난달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와 함께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인도는 지난해 9월 특정 중국산 강철에 5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태국은 중국산 열연 강판 코일에 반덤핑 관세를 도입할 계획이다. 멕시코·브라질·칠레 등도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에 나섰다. 중국은 유럽연합(EU)과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완화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마땅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미·중 관계가 어긋나는 동안 중국 경제가 부진해지는 점도 중국이 증시를 끌어올릴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요소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연초 이후 갖은 부양책을 동원하며 내수와 부동산 살리기에 나섰지만, 성과는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중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상승 폭은 여전히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꺾지 못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8% 떨어지며 2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 상승 폭이 크거나 지속성이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경기 지표 개선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이 더 강화돼 실물 경기 회복세가 강해질 때까지 증시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