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감소에 소극적…가임여성 서울 쏠림은 '외면' [실패한 인구정책]

입력 2024-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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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생아 감소 대부분 혼인 지연·감소로 설명…정책과제 비중은 미미

2016년 이후 급격한 합계출산율 감소의 주된 원인은 혼인 지연·감소다.

본지가 22일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혼 여성 중 30세 이상 비중은 2000년 10.5%에 불과했으나 2005년 20.5%, 2010년 32.3%, 2015년 45.3%, 2020년 50.1%로 상승했다. 2022년에는 55.6%까지 높아졌다. 2000년 1.7%에 불과했던 35세 이상 비중도 2020년(14.2%) 두 자릿수를 기록한 데 이어 2022년에는 16.2%까지 올랐다.

늦은 혼인은 임신 가능성을 낮춘다. 지난해 연령대별 출산율(해당연령 여자 1000명당 출생아 수)은 30~34세에서 66.7명에서 35~40세 43.0명, 40~44세 7.9명으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만 35세 이상 임신을 고령 임신으로 본다.

2015년 이후에는 지연된 혼인이 ‘미혼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다. 연령대별 여성 생애미혼율을 보면, 40~44세 생애미혼율은 2000년 2.5%에 불과했으나, 2015년 10.0%, 2020년 13.7%까지 올랐다. 출생아 대부분 법률혼 부부에게서 태어나는 한국의 특성상 혼인 감소는 곧 출산 감소를 의미한다.

2015년 이후 혼인 급감은 이 같은 혼인 지연과 혼인 감소가 복합적으로 발생한 결과다.

2005년 혼인 건수는 2000년 대비 5.4% 감소했으나, 2010년에는 2005년 대비 3.8% 늘며 회복됐다. 하지만 2015년 7.1% 감소(2010년 대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인 2020년에는 감소율이 29.5%(2015년 대비)까지 확대됐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난 지난해에도 혼인 건수는 2020년 대비 9.3% 줄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학술논문 ‘1992년~2021년 한국 출생아 수 변화요인 분해: 여성인구, 결혼, 자녀 수별 유배우 출산율 변화의 효과’에서 2012~2021년 합계출산율 감소의 약 48%가 유배우율 감소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 경제 현안 분석’에서 2019~2022년 3년간 출생아 감소분의 약 77%를 혼인 감소의 영향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혼인 지연에 따른 난임·불임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합계출산율 감소는 대부분 혼인 지연·감소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혼인 지연·감소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미흡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저출산 대응 정책과제 중 신혼부부 주거를 지원하거나 난임부부 시술비용을 지원하는 등 혼인 지연·감소에 대응한 정책과제 비중은 제1차 기본계획에서 9.3%, 제2차 기본계획에서 7.7%, 제3차 기본계획에서 26.8%, 제3차 기본계획 수정본과 제4차 기본계획에서 11.2%에 머물렀다. 전반적으로 실존하는 문제에 비해 심각성이 덜 인식됐다.

특히 2015년부터 심화한 가임여성 서울 쏠림은 그동안 혼인 지연·감소와 출산 감소의 공통된 원인으로 지적됐음에도 정책문제는 물론, 정책과제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5~29세 여성은 2011년까지 대체로 순유출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12년 이후에는 내년 순유입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도별 25~29세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2015년 울산·강원·경북 등 3개 시·도에서 120명을 넘고, 2020년에는 120명 초과 시·도가 7개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7개 시·도에서 120명, 울산·충남·경북 등 3개 시·도에선 130명을 넘었다. 반면, 서울의 25~29세 성비는 2005년 99.78명에서 지난해 92.47명까지 떨어졌다. 기존에 서울에 순유입된 25~29세 여성이 30대에 진입하면서 최근에는 30~34세 성비 불균형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충북·충남·경북은 120명을 초과했다. 서울은 100.42명으로 전국 성비(110.25명)보다 10명 가까이 낮다.

가임여성 서울 쏠림은 두 경로로 합계출산율을 낮춘다. ‘경쟁 상대’의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결혼·출산·양육의 기회비용이 커져 혼인이 미뤄지거나 포기된다. 기혼여성도 보육·교육비 부담이 늘고 친정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 출산 의사가 약화한다. 여성이 유출된 지방은 합계출산율과 무관하게 출생아가 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호남권은 지난 20년간 지속한 청년 유출에 따른 출산 손실이 2021년 출생아 수의 49.7%였다. 대경권과 동남권도 청년 유출이 출산 손실의 각각 31.6%, 21.9%를 설명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수립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383개 정책과제 중 수도권 인구집중에 대응한 정책과제는 1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가임여성 서울 쏠림이 가시화하기 전인 제2차 기본계획에 반영된 정책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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