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도 삼성과 SK하이닉스 목표주가 낮춰
급격한 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겨울이 온다(Winter looms)'
모건스탠리가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 제목이다. 모건스탠리는 이 보고서에서 D램에 대한 수요가 약하고 AI 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이 과잉이라는 이유로 한국 메모리 칩 제조업체에 대한 약세를 전망했다.
이 보고서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출렁였다. 2021년 비슷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시장 업황 하락을 맞췄던 모건스탠리였기에 투자자들은 동요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전망했다. 이후 반도체 시장은 큰 침체기를 겪는다. 모건스탠리 전망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모건스탠리의 잘못된 예측도 볼 수 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맞았다고 분석하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췄지만 삼성전자는 그 다음해인 2018년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그렇다면 이번 모건스탠리의 예측은 맞을까. 틀릴까.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시장을 어둡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범용 D램 수요 부진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PC) 판매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인공지능(AI) 수요도 불투명한 만큼, D램 가격이 내년 초부터 떨어지며 불황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낮춰잡고 있다. 유진투자증권(11만 원→9만1000원), 한국투자증권(12만 원→9만6000원), 메리츠증권(10만8000원→9만5000원), KB증권(13만 원→9만5000원), NH투자증권(12만 원→9만2000원) 등이 목표주가를 9만원대로 낮췄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한국투자증권(29만 원→25만 원), 메리츠증권(26만 원→23만 원), DB금융투자(30만 원→26만 원), NH투자증권(28만 원→23만 원) 등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반도체 업황이 다소 정체될 수는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다운사이클이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 계절성을 감안 시 1분기까지 강한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만 HBM 전환과 오랜 기간 신규 투자 부재로 공급은 제한적인 만큼 과거와 같은 급격한 다운사이클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판단"이라고 밝혔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수요의 경우 PC와 모바일의 더딘 회복세가 이어지며 4분기와 내년에 대한 우려가 형성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가장 중요한 일반 서버향 수요 동향은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수석 부사장은 "D램 가격이 지난 2분기 동안 약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인 평균 판매 가격은 2025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HBM이 기존의 D램 생산 용량을 계속 차지함에 따라 제품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지만, HBM의 침투 증가가 D램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