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침해 범죄에 진심…퇴임길 ‘김건희 수사’에 발목 잡힌 검찰총장

입력 2024-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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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총장 15일 임기 마무리…“양극단 비난과 저주 묵묵히 견뎌”
전세 사기‧마약 등 일상범죄 척결 의지…정치적 사건은 판단 미뤄
“김 여사 수사가 퇴임길 발목 잡아”…심우정 차기 총장 처분 주목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재판에 넘기는 게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열린 6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이원석 총장이 15일 임기를 마치고 떠났다.

취임 초부터 민생 침해범죄 대응을 강조하며 일선 현장을 찾아 나서는 등 거리감을 좁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김건희 여사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는 오히려 ‘원칙’을 방패 삼아 판단을 미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전날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2022년 5월 대검 차장검사로서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포함해 총 2년 4개월을 끝으로 대검 청사를 떠나게 됐다.

이 총장은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텼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검찰의 주된 존재 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오로지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이 언급한 검찰 존재 이유는 임기 내 자신의 역할과 연결된다. 이 총장은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마약류 오·남용, 주가 조작과 코인 사기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집중해왔다.

취임 직후 대검에 마약·조직범죄부 부활시켰고, 아동·장애인·여성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에는 수차례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가상자산범죄 합수단 등 재경지검에 합수단을 꾸리기도 했다.

제주 4·3, 납북귀환어부, 5·18 관련자의 직권재심과 명예회복 추진 등 노력도 있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 총장이) 과거사 문제 등도 세심하게 살피고자 했고, 임기 내내 비수도권 여러 검찰청을 방문해 목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치적인 사건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재 대장동‧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현재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모두 이 총장 때 기소된 건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인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도 이 총장 재임과 맞물린다. 임기 막바지에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도 진행됐다.

야권 수사가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이 총장은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수사팀이 제대로 수사의 결론을 낼 것이라 믿는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나를 탄핵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파열음은 김건희 여사 수사를 놓고 거세졌다. 앞서 5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지휘부가 대거 교체됐다. 애초 이 총장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찾아가 인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꾸려진 중앙지검 수사팀은 6월 취재진에 “(성역 없이 조사한다는 것은) 가치 판단의 표현인데 사실을 말하는 검사가 그런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와 닿진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장의 발언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결국 7월 김 여사는 ‘검찰청 밖 비공개 조사’를 받았고, 이 총장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 내부 갈등이 채 봉합되지 않은 채 흘러오다 이 총장이 선택한 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회부였다.

한 차장검사는 “참모들 대부분이 김 여사 사건을 수심위에 부치는 걸 반대한 거로 안다”며 “수사팀의 결론을 믿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오히려 공정성 논란만 부추긴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킨다는 자세로 임했겠지만, 그 원칙에 ‘신속한 수사와 결단’은 쏙 빠졌다”며 “무난한 2년(임기) 이었는지는 몰라도 김 여사 수사가 퇴임길에 발목을 크게 잡았다”고 말했다.

이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처분을 포함해 주요 수사는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키를 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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