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초 아시아계 독재자’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사망...향년 86세

입력 2024-09-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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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부터 10년 재임기간 경제발전 기여
집권 중 친위 쿠데타…부정부패·반인권 범죄
2000년 일본 도피 후 '대통령 사임서' 팩스 제출
작년 12월 완전 석방되자 2026년 대선 출마 계획하기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2006년 5월 18일(현지시간) 일본에서 칠레로 범죄인 인도 후 산티아고에 있는 칠레 헌병대 학교를 나서고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8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산티아고(칠레)/EPA연합뉴스

경제난에서 나라를 살렸지만, 이후 ‘남미 최초 아시아계 독재자’로 전락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사망했다. 향년 86세.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이자 야당인 민중권력당(FP) 대표인 케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소천했다”며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밝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호흡기·신경계 질환과 설암 등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았다.

1938년 일본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한 농업대학의 수학과 교수와 총장을 지낸 학자였다. 그는 1990년 페루 출신 유명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0년 7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10년의 재임 기간 일본 등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해 페루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1992년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의회를 해산하는 등 독재자의 길을 걸었으며 각종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3선 연임에 성공한 직후인 2000년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 연루 의혹과 잇단 부패 스캔들로 탄핵 위험이 커지자 그해 11월 순방을 핑계로 일본으로 도주했다.

일본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이중국적 상태를 숨겨왔던 후지모리는 일본으로 건너가 팩스로 대통령직 사퇴서를 제출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다. 페루 의회는 그의 사퇴서를 거부하고 절차를 밟아 그를 탄핵했다.

그는 2005년 재기를 위해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고,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과거 좌파 반군 소탕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 25명을 납치·살해한 책임이 인정돼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그는 복역 중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입·퇴원을 반복했으며, 그의 사면을 놓고 여러 해 정치공방이 이어졌다. 이후 지난해 12월 공식적으로 사면을 받아 완전히 석방되자 고령과 건강악화설에도 2026년 대통령선거 출마의지를 내비쳤다.

각종 논란에도 후지모리가(家)는 여전히 페루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버지 집권 시절 ‘영부인’ 노릇을 했던 게이코 후지모리는 그간 세 차례 대선에 출마했지만 당선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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