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 교체 수요 감소와 제조사 D램 재고 축적
“B2C향 디바이스 수요, 하반기에도 회복되긴 어려워”
HBM 가격 꾸준히 상승 중
AI 흐름과 엔비디아 신제품 출시 계획에 HBM 기대감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시장 거래 가격이 엇갈린 추이를 보이고 있다. PC나 모바일 등에 사용되는 범용 D램의 가격은 점차 떨어지는 반면, HBM 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기준 PC향 범용 D램(8기가바이트(GB) 1G×8) 고정 거래가격은 2.05달러로 한 달 전인 7월 31일에 비해 2.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D램 가격 하락 추세는 약 1년 만이다.
D램 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은 디바이스 교체 수요 감소가 꼽힌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PC와 모바일 등 디바이스 교체 주기가 도래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구매했던 신제품들의 교체 시점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상반기 ‘D램 재고 밀어내기’ 탓에 하반기 D램 수요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디바이스 교체 주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고, 이로 인해 고객사들은 상반기에 다량의 D램 등을 대거 주문해 재고를 꽤 쌓아둔 상태”라며 “이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D램 수요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 등 기업, 고객 간 거래(B2C) 제품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며 “당분간 스마트폰과 PC 업체들은 재고 소진에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디바이스 판매는 경기의 영향을 받는데, 전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현상이 두드러지며 제품 교체가 늦어진 것도 주요 요인이다.
반면, HBM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되는 등 기대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HBM 시장은 훈풍이 불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4분기 이내에 차세대 AI칩 블랙웰 양산을 준비 중이다.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B100와 B200에는 8단 HBM3E가 8개 들어간다. 출시를 앞둔 B200A 제품에는 12단 HBM3E가 4개 탑재된다.
HBM의 시장 거래 가격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D램과 달리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동원 연구원은 “HBM과 DDR5 등 AI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공급은 타이트해 (HBM과) D램의 수요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HBM은 범용 D램의 5배에 달하는 가격의 고가 제품으로 수익성도 그만큼 높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HBM은 D램을 쌓아서 만드는 제품인 만큼, D램과 HBM 가격이 함께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이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범용 D램의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지 HBM의 재료로 쓰이는 D램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요처도 다르고 공급 시장도 달라서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HBM 가격 상승이 D램 가격에도 미세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제조사가 HBM 생산을 위해 생산 설비에 투자와 여력을 할애하면 범용 D램 생산 능력을 빼앗기게 되고 D램 생산량과 공급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아주 크게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세하게 상승할 수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