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행진’ 잘나가는 회사채 시장…우량도, 비우량도 자금조달 ‘거뜬’

입력 2024-08-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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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테크닉스·HL홀딩스·KB증권 등 ‘오버부킹’ 성공
비우량·건설채도 투심 회복…증액 발행도 이어져
추석 연휴·9월 FOMC 앞두고 자금조달 분주
위험 요인은 ‘자금 블랙홀’ 공사채

(게티이미지뱅크)

공모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우량채뿐 아니라 비우량채도 수요예측 오버부킹(초과주문)에 성공하며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여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솔테크닉스(BBB+)는 총 3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270억 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목표했던 금액의 4배가 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오버부킹으로 한솔테크닉스는 최대 6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게 됐다.

같은 날 HL홀딩스(A)도 총 8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10배가 넘는 942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에 1200억 원까지 증액 발행 가능성도 열렸다. 26일 KB증권(AA+)은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4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최대 5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전에도 회사채는 연이어 완판 랠리를 이어왔다. 특히 신용등급 A+급 이하의 비우량물에서도 자금 몰이에 성공한 점이 이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일 한국토지신탁(A-)은 2, 3년물에서 각각 300억 원씩 총 600억 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81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까지 겹치며 비우량 건설채가 외면받던 양상과 대조적이다. 한국토지신탁은 2월만 해도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2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했었다.

흥행에 성공한 회사채 중 증액 발행을 확정한 경우도 많다. 최근 SBS(AA)는 총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25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2년물 400억 원 모집에는 1300억 원이, 3년물 700억 원에는 1200억 원의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이에 SBS는 총 1100억 원으로 회사채를 증액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SK(AA+)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목표액의 5배가 넘는 1조1700억 원이 몰렸다. 이에 2500억 원을 목표로 자금을 모집하던 회사채를 4500억 원 규모로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회사채는 계절적 비수기와 기업 반기보고서 제출 기간 등이 겹쳐 발행과 투자심리 모두 주춤했다. 그러나 9월 추석 연휴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적 요인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기 전에 자금조달을 마치겠다는 의도다. 국내 기업들은 하반기 18조 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 도래액을 차환해야 하는 상황으로, 회사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용스프레드의 반등에 따른 경계심리가 (발행에) 작용했을 수 있다”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통상 조달금리(스프레드)나 수급적인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는 연말 시장을 피해 서둘러 연내 조달 일정을 마무리하고 싶은 동기 또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증시 불확실성에 투자자들도 회사채 투자에 긍정적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940%이지만 회사채(무보증 3년) AA-와 회사채(무보증 3년) BBB- 금리는 각각 3.465%, 9.415%를 기록했다.

물론 회사채 시장에는 위험 요인도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공사채의 만기도래 물량은 38조 원으로 추산되며, 특히 한전채는 13조 원의 만기가 예정돼있다”며 “만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발행량의 확대가 금리 부담으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일반 기업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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