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과도한 사회적 비용 유발하고 현실성 없어”

입력 2024-08-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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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에 의견 제출
“스코프3 배출량 공시, 기업 선택에 맡겨야”
“데이터 신뢰하기 힘든 기술적 한계 존재”
2028 회계연도부터 ‘거래소 공시’ 적용 제안

▲흐린 날씨 속 서울 여의도 빌딩들이 구름에 가려져있다. (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8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에 대한 경영계의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이번 달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조회를 종료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경총은 파리협정 이후 국제적 공감대가 보편적으로 형성된 기후 분야부터 공시를 추진하되 기후 분야 외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는 기업이 주제별로 선택해 공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주요 쟁점사항 중 하나인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3(Scope3) 공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업들은 통일된 Scope 3 배출량 산정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물리적 공시 부담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GHG 프로토콜’의 경우 원재료 조달에서 제품 폐기까지 최대 15개의 배출량 산정 범위를 제시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의 해석에 따라 적용하는 산정 범위가 다르고 동일한 산정 범위 내에서도 산정 방법에 따라 배출량 값은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Scope3 배출량 데이터가 대부분 추정치라는 점도 정보의 유용성을 떨어뜨린다. 공급망 내 중견·중소기업은 배출량을 일일이 측정하기 어렵고, 설령 측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값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때문에 대다수 기업은 정부가 제시한 배출계수를 이용해 추정치를 공시하는데, 추정치에 기반한 정보는 그 자체로서 ‘정확한 투자정보 제공’에 역행하는 것이다.

경총은 기준서 제101호(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추가 공시사항)에 대해서는 철회를 요구했다. 기준서 제101호 채택 시 ‘지속가능성’ 개념이 과도하게 확장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내용상 국제적 정합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처별로 기업 정보공개 제도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중복공시 부담만 확대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마다 나름대로 배경과 고유 목적이 다른데 정부가 요구하는 정보라고 해서 모두 ‘지속가능성’ 범주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투자자에게 어떤 유용성을 주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이유도 있다.

공시 의무화 일정과 관련해 경총은 “올해 말 공시기준이 확정되더라도 기업 현장의 안정적 공시 시스템 구현과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 및 기반 조성까지 갈 길이 멀다”며 “2028 회계연도부터 ‘거래소 공시’를 적용(2029년 공시)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갖고 있고, 기업 규모에 따른 역량 차이가 크다. 따라서 생산기반을 해외에 둔 EU나 미국과 달리 공시 이행력 확보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시 의무화에 앞서 정부와 관계기관이 준비해야 할 과제도 상당하다.

우선, 회계기준원의 공시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세부기준’과 객관적 공시 방법론을 담은 ‘공시기준 활용 가이드’가 제시돼야 한다.

기업 공급망 관리의 허들로 작용하는 ‘하도급법상 요구가 금지되는 경영상 정보의 종류 고시’, ‘대리점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 등 경영간섭 금지 규정도 손봐야 한다.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종속회사나 외국 기업의 귀책으로 발생하는 공시 공백에 대해서는 보고기업의 책임을 면제하는 등 폭넓은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관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 공급망 탄소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2026~2027년에 완료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회계기준원의 공시기준 공개초안 발표 이후 경총은 ESG 경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수차례 소집해 공시 준비 상황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왔다”며 “국내 현실에 부합하는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마련을 위해 정부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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