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하 시작해도 코스피 홀로 수혜 못 받는 이유는…“원화 강세 웃을 일 아냐”

입력 2024-08-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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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제롬 파월 (Fed·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이 화면에 중계되는 가운데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미 연준의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하면서 미국은 물론 글로벌 주요 자산가격이 반등 중이지만, 국내 증시는 금리인하 호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불안한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번 달 국내 주식을 순매도 중이다.

27일 iM증권(구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증시가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기반한 유동성 흐름에서 소외받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미국 경기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 경기에 비해서는 나은 상황으로 국내는 수출 경기가 버티고 있지만 내수 불안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국보다 뒤쳐지면서 수혜가 약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일러야 10월부터 시작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국내 금리정책이 미 연준 금리 사이클과 단기적으로 디커플링이 될 여지가 커진 것이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약화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세로 인한 금융 불안 리스크를 강하게 지적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미간 금리 인하 시점이 사실상 뒤바뀐 모양새다. 여기에 더욱이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당국이 대출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 역시 내수 경기에는 부담을 줄 여지가 크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6월 대비 7조5975억 원 증가해 201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8월에는 7월 증가 폭마저도 웃돌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3년 전 코로나19 당시 제로 금리(0%) 시절보다 주택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할 우려가 있다.

원화 강세도 국내 증시 부진에 부담이다. 최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엔화 강세로 달러화는 큰 폭 약세, 원화는 강세를 기록 중이다. 통상 원화 강세를 띨 경우 국내 증시는 우호적 흐름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공식이 깨지고 오히려 원화 약세 국면에서 증시가 안정 또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내 경기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수출 대형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며 "원화 약세가 수출 대형기업에는 우호적이지만 원화 강세 시에는 이들 기업의 수출호재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 국내 수출 경기 전체 산업에서 동반 호조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 현상이 달갑지 않다"고 했다.

이어 "현재 내수 경기 불안도 원화 강세만으로 해소되기 힘든 상황이다. 즉 원화 강세가 현 수출 구조상 악재일 수 있는 동시에 내수에도 크게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어 원화 강세에도 한국 증시가 이전과 달리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이라며 "원화 가치가 엔화 흐름만을 바라보고 움직이고 있어 현재 원·달러 환율이 국내 펀더멘탈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국내와 대만 증시 간의 디커플링(차별화) 현상도 코스피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달 초 대만 증시와 한국 증시가 동반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국면에서 대만 증시가 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iM증권은 한국과 대만 간 증시 디커플링 원인 중 하나로 미국발 수출 수혜의 차이를 꼽았다. 한국도 대미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에 비해 대만의 대미 수출 증가 폭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국내의 미국에 대한 수출 경기는 최근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대만의 대미 수출은 강한 증가세다.

박 연구원은 "이처럼 글로벌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경제 호조의 낙수효과를 대만에 비해 한국이 누리지 못하고 있음은 한국과 대만 증시간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수출 경기는 대외적 요인에 좌우된다는 측면에서 외생적 요인이지만 국내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수 경기회복 속에 원화 강세 현상이 동반된다면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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