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 전제 투자 활발…동남아로 향하는 뭉칫돈

입력 2024-08-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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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금융시장 안정 기대에 위험선호↑
인니·말련 증시, 최고치 경신 행진
높은 경제 성장률·공급망 재편 수혜 주목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이를 전제로 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과 미국 달러 강세의 부담을 벗어던진 신흥국들 중 경제성장률이 높은 동남아시아로 글로벌 자금이 쏠리는 분위기다.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동남아 여러 나라 증시는 이달 중순 이후 일제히 고점을 경신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는 21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지수도 최근 약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금융회사 필립캐피털 산하 필립증권리서치의 폴 추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말레이시아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동남아시아 주가를 끌어올렸다. 동남아시아 통화가 달러 대비 상승했고, 그 가운데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약달러는 달러화로 표시된 부채 축소로 이어져서 그만큼 신흥국 통화 매수 요인이 된다. 신흥국 통화 약세에 제동이 걸리고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본 해외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

물론 달러 약세가 호재로 작용하는 구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들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동남아는 높은 경제성장률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2년 4분기 이후 최고치인 5.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성장이 가속화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데이터센터, 경제특구, 교통 인프라 정비 등 투자를 촉진하는 구상이 있다”며 “구조개혁에 투자자들이 호감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이 7월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GDP 성장률은 2025년 1.9%로 둔화하는 반면 말레이시아는 4.4%, 인도네시아는 5.1%, 필리핀 6.2%, 인도 6.5%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브라질(2.4%), 남아프리카공화국(1.2%), 나이지리아(3.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중장기 전망도 좋다. 싱가포르 조사기관 안사나카운슬과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DBS은행이 공동으로 발표한 조사에서 2034년까지 10년간 동남아 주요 6개국 성장률은 연평균 5.1%로 중국(3.5~4.5%)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또 동남아는 미·중 갈등을 배경으로 한 공급망 재편 혜택도 받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미 수출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이 아닌 지정학적으로 중립적인 동남아시아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부문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말레이시아를 반도체 제조에 가장 중립적인 장소로 제공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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