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규모 6% 늘었지만…처분은 취득의 4% 남짓

입력 2024-08-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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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 계획 공시 상장사 22% 증가…총액 6.2조
실제 처분 규모 2700억…작년 상반기보다 적어

▲올해 2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사진=이투데이DB)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기점으로 자사주 매입 사례는 늘었지만, 처분은 더 지지부진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취득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배주주 경영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23일까지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117곳, 코스닥시장 202곳 등 총 319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0곳에서 22%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사는 103곳에서 13%, 코스닥 상장사는 157곳에서 28% 각각 늘었다.

자사주 매입 예정 금액도 1년 전과 비교해 총 5조8328억 원에서 6조2002억 원으로 6%가량 뛰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매입 예정 금액은 5조3359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1년 전과 비교해서는 8.8% 증가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8643억 원으로 같은 기간 7.8% 감소했다.

코스피 상장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 의지를 드러내는 일이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자사주 처분까지 이런 흐름에 부응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올해 자사주 처분을 실제로 마친 기업은 총 17개사(코스피 4곳·코스닥 13곳)로, 총액은 2740억 원에 달했다.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전체 금액에 비해 소각이 이뤄진 금액은 4.5% 남짓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소각된 자사주 총액은 27개 기업(코스피 13곳·코스닥 14곳)에 걸쳐 3978억 원으로 올해보다 많았다.

소각이 뒤따르지 않는 자사주 취득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취지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사주 매입·처분이 동시에 이뤄지면 주주가 보유한 주식당 가치는 높아진다.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만 매입된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고 다른 누군가에게 매각되면 주주가치 상승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자사주는 매입 시 의결권은 없지만, 대주주 우호 세력에 넘어가면 대주주 의결권이 간접적으로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국내법상 신주 발행 시 주주 동의 등 엄격한 절차가 요구되는 것과 달리, 자사주 처분은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된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우려 대목으로 꼽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총수 5% 이상이면 현황, 목적, 계획 등을 기재한 사업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지난달 마쳤다. 금융위는 해당 개정안을 연내 시행해 최대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제도의 목적을 이루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사주 제도는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기업 성과 환원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지배주주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낙후된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 도모를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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