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물가 고공행진 계속...히트플레이션에 서민 허리 휘청

입력 2024-08-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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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0% 내외까지 둔화" 전망
이상 기후에 고물가 계속...배추 1년 전보다 26.7% 올라
전문가 "농산물 공급량 적어 체감물가 계속해서 오를 듯"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역대급 더위로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한국은행(한은)이 다음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 내외까지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한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은 평년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여 물가 안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품목별 머신러닝 예측을 통한 단기 물가전망'에 따르면, 지난달 2.6%로 소폭 반등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번 달에는 2.0%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9월에는 상황이 더 나아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 내외 수준으로 둔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폭염과 폭우 등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채소·과일 물가는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표상 물가와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배추 소매 가격은 포기당 7306원(8월 23일 기준)이다. 이날 배추 가격은 1년 전(5766원)과 비교하면 26.7% 비싸고 평년보다 28.4% 높은 수준이다.

다른 채소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기준 무 1개 가격은 3901원으로 지난달보다 36.2% 올랐고 평년과 비교하면 49.0% 뛰었다. 오이(10개)는 1만3649원으로 평년보다 12.5% 비쌌다. 상추(100g) 역시 2069원으로 평년보다 13%, 전년보다 20.7% 높은 수준이다.

사과, 배 등은 양호한 작황 상황, 햇과일 출하 영향으로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과(후지·10개) 소매 가격은 3만2575원으로 평년보다 6.3% 비싸다. 배(원황·10개) 소매 가격은 3만3504원으로 평년보다 12.8% 높은 수준에 형성돼있다. 추석 명절 수요 증가로 공급 불균형이 이어지면 가격은 더 뛸 수 있다.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이 나빠져 가격이 오르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은 한층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 기준 역대급 최장 기간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9월에도 태풍과 늦더위가 예고돼 있어서다. 이상 기후 등에 따른 수급 불안에 평년보다 이른 추석 수요까지 더해지면 물가는 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전문가들도 한은의 전망과 달리 소비자물가 안정세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데이터 물가와 체감물가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 전망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내외를 기록한다고 해도 산지 이슈 등으로 농산물 공급량 자체가 많지 않아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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