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생숙 오피스텔 전환…10만 생숙 '벌금 폭탄' 피할까?

입력 2024-08-21 16:08수정 2024-08-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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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주와 거주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강제이행금 폐지 등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생활형 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오피스텔로 바뀐다. 마곡 생숙이 코앞까지 다가왔던 이행강제금 폭탄을 피하게 되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생숙들도 기대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곡 생숙과 같은 사례가 크게 확대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소위원회를 열고 마곡 도시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내 전시·컨벤션, 관광호텔, 문화·집회시설 등을 조성함에 따라 예상되는 방문자의 장기숙박 지원을 위해 생숙으로 계획됐던 건축물의 용도를 오피스텔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당 건축물인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주민 열람 등의 절차를 거쳐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은 이행강제금 부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생숙은 부동산 호황기 시절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았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도 가능해 오피스텔의 대체재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출이 잘되다 보니 투자 수요가 몰렸고 주거용으로 분양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주거시설로 사용 가능하면서도 다주택자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2021년 생숙을 본래 용도인 숙박시설로 사용하도록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지 않고 주거용으로 쓰면 매년 공시지가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물리겠다고 예고했다. 이행강제금 부과는 내년부터 이뤄진다.

주택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생숙은 전국에 10만3800여 실이 있다.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변경된 곳은 1% 수준인 1200실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에 오피스텔 변경이 허용된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포함해도 2% 정도다.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용도변경이 허용됐지만 앞으로 이런 사례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처럼 오피스텔 건축 기준에 부합하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생숙이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주차장 확보와 복도 넓이가 꼽힌다.

이미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상태에서 지하 주차장 공사를 추가로 진행하거나 별도의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복도도 넓히기 쉽지 않아서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오피스텔 기준에 맞는 복도 설계를 했고 롯데건설이 함께 시행하는 인접 상업시설의 주차장을 야간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용도가 바뀌면서 높아지는 부동산 가치를 반영해 150억 원의 공공기여도 하기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립 기준이 달라 오피스텔 수준에 부합하는 설계가 반영된 생숙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마곡 생숙과 같이 용도변경 되는 경우가 나오기 어렵다"면서 "지자체가 기준에 맞지 않는 인허가를 할 수는 없고 정부가 관련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면 가능하겠지만 이런 경우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분양자 피해 축소와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시행령 등을 통해 기준을 완화하면 오피스텔로 변경할 수 있는 생숙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거용으로 사용할 시설을 확대하는 게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8·8 부동산' 대책의 취지와도 맞는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연간 적정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30만 가구 정도란 것을 생각하면 생숙 10만 실은 상당히 많은 수치"라며 "오피스텔 변경 기준을 완화하되 특혜 논란 등이 커지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확고한 원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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