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중국 철강 과잉공급에 ‘질식’ 위기

입력 2024-08-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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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요 2010년 이후 10% 이상 감소
생산은 여전히 연간 10억 톤 이상 유지
칠레, 중국산 철강 관세 부과
미국도 대선 앞두고 정치 문제로 심화

▲글로벌 철강 생산량 추이. 단위 10억 톤. ※매년 1~7월 기준. 빨간색: 중국/ 파란색: 나머지 전 세계. 출처 블룸버그
중국의 철강 과잉 공급이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연간 10억 톤 이상을 생산하며 전 세계 생산량의 과반을 차지하던 중국이지만,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에 정작 수요가 줄면서 주변국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철강 전문 정보업체 칼라니시코모디티를 인용해 중국 내 철강 수요가 2020년 이후 10% 이상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철강 생산은 연 10억5000만 톤이라는 기록적인 수준까지 급증한 후 현재도 연간 10억 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 감소와 과잉 생산에 중국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6월에만 2300개 넘는 관련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3분의 1 증가한 수치다. 컨설팅 기업 상하이스틸홈이커머스의 우원장 창업자는 “중국 철강 수요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고, 이후에는 꾸준한 감소를 보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철강 기업 간 합병과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지 않는 이상 철강업계는 앞으로 2~3년간 이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에선 과잉 공급분이 싼 가격에 풀리게 되면서 자국 공장이 폐쇄되고 노동자들이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관세 부과처럼 무역 긴장을 유발하는 카드도 만지기 시작했다.

칠레 정부는 올해 자국 철강 기업 CAP가 업황 부진에 용광로를 폐쇄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발표했다. 그러자 6월 중국 정부는 철강 관세를 내리라고 칠레를 압박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도 커졌다.

지난주 독일에선 유럽 최고 철강 기업 중 하나로 불리는 잘츠기터가 상반기 적자를 보고하면서 중국의 과잉 공급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후 독일 경제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책을 예고했다.

미국에서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미 철강 부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에서 사퇴하기 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을 다시 살피겠다고 공언했고, 지난달에는 멕시코를 경유하는 중국산 철강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집권 기간 중국산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다시 집권하게 되면 중국산에 추가 관세를 적용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럽, 중국의 무역 긴장은 대부분 21세기 기술에 집중됐지만, 철강은 미국 러스트벨트와 같은 역사적인 기업들이 있는 지역을 자극할 수 있다”며 “국방 분야의 철강 수요를 고려할 때 이는 국가안보 문제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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