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 공갈’ 구제역‧주작감별사‧카라큘라 등 유튜버 4명 기소

입력 2024-08-14 11:30수정 2024-08-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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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레커 ‘크로커다일’은 불구속 기소

사생활 노출‧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등 각종 피해 발생
타인 약점을 수익 모델로…신종 약탈범죄 온상에 악용돼


‘사이버 레커’ 3명 구속…1명은 불구속 기소
쯔양 공갈 변호사엔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

구독자 100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쯔양’을 공갈‧협박한 혐의로 유튜버 ‘구제역’ A(31‧구속) 씨와 ‘주작감별사’ B(32‧구속) 씨, ‘카라큘라’ C(35‧구속) 씨, ‘크로커다일’ D(39‧불구속) 씨 등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 먹방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 ‘구제역’이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지검 형사2부(정현승 부장검사)‧형사5부(천대원 부장검사)는 14일 유명 유튜버인 피해자 ‘쯔양’을 상대로 사생활 등 의혹 관련 콘텐츠를 제작‧유포할 것처럼 위협, 금품을 갈취하거나 이를 도운 유튜버 3명을 직접 구속해 기소하고 유튜버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 요지에 의하면, 피고인 ‘구제역’ A 씨와 ‘주작감별사’ B 씨는 공모해 쯔양에 관한 의혹을 유튜브에 유포할 것처럼 위협해 5500만 원을 갈취했다. 특히 피고인 A 씨는 아프리카TV 방송인인 또 다른 피해자 갑(甲)의 사기 범행 관련 영상을 내려주겠다며 2200만 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전국진 - 주작감별사’ 캡처)

피고인 ‘카라큘라’ C 씨는 甲에게 ‘사기 범행 관련 언론기사가 보도될 것’이라고 위협해 3000만 원을 갈취하고, 피고인 C 씨와 ‘크로커다일’ D 씨는 A 씨에게 ‘쯔양에 관한 폭로 영상을 올리기보다는 돈을 뜯어내라’는 취지로 권유해 구제역의 공갈 범행을 각각 방조했다.

한편 검찰은 쯔양을 공갈한 변호사에 대해서는 이날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 캡처)

수원지검 수사팀은 “피고인들은 ‘사적 제재’를 내세워 특정인의 약점이나 사생활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 유튜브를 통해 유포하는 소위 ‘사이버 레커’로 활동하면서 구독자 증가에 따른 광고 수입 외에도 약점 폭로와 맞바꾼 금품수수 등 공갈 범행을 수익 모델화한 약탈적 범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이 ‘사적 제재’를 운운하며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행세했으나, 사실은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사이버상 집단괴롭힘)에 불과하거나 타인의 약점 폭로와 금품을 맞바꾸는 수익 모델로 약탈적 범죄를 자행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또한 피고인들은 범행이 발각되자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오히려 쯔양을 비방하는 콘텐츠를 방송해 ‘2차 피해’까지 가했는바 수사팀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엄정 대응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강제수사를 진행해서 고소장 접수 10일 만에 피고인들을 구속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자료 제공 = 수원지방검찰청)

“‘사이버 레커 연합회’ 조직적‧계획적 범행”…죄질 나빠

“거액 갈취했음에도 사회적 논란 되자,
피해자 지켜주려던 ‘흑기사’처럼 포장”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른바 ‘사이버 레커 연합회’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한국 온라인 견인차공제회’라 자칭하며 정기모임, 단합회 등을 열어 결속을 다지고 카카오 톡 단체대화방 등을 활용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왔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 ‘구제역’ A 씨가 쯔양에 관한 제보를 입수한 즉시 단체대화방에 공유하고, 그 직후 피고인들이 서로 통화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겉으로는 ‘사회 고발과 공론화를 통한 정의 실현’을 내세웠으나, 사회적 강자를 상대하지는 않고 대부분 힘없는 개인이나 약점 잡힌 유명인을 상대로 한 ‘거래’에 주력했다”면서 “특히 피고인 A‧B 씨는 여성 피해자 쯔양의 내밀한 사생활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이용해 거액을 갈취했음에도, 사회적 논란이 되자 자신들이 피해자를 지켜주려고 활동한 ‘흑기사’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세계 어린이들 장래희망 1위가 ‘유튜버’일 만큼 동영상 플랫폼은 기성 언론과 방송을 위협하고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반면, 그 파급력에 걸맞은 자정 시스템이나 통제 장치를 갖추지 못해 사생활 노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 각종 피해가 발생하고 타인의 약점을 수익 모델로 삼는 신종 약탈 범죄의 온상으로 악용되고 있다.

(자료 제공 = 수원지방검찰청)

방통심의위 시정요구에 강제력 없어…낮은 진입장벽도 문제

‘사이버 불링’ 악성 콘텐츠 제작‧유포행위에
검찰 “수사기관 엄정 대응 긴요…공소 유지”

동영상 제작에 특별한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방송장비 외에는 제작비가 거의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는 문제점 또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영상 플랫폼 업체 역시 유해 영상물에 대해 수익금 지급을 제한(일명 ‘노란 딱지’ 제도)하는 등 나름의 자정활동을 하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유해 정보를 포함한 콘텐츠에 관해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동영상 플랫폼 업체는 영상물의 유해 여부 판정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 맡기고 있어 오작동의 위험이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국외사업자(유튜브 등)에 대한 시정요구는 강제력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검찰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악성 콘텐츠 유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 등으로 제도적 제재 수단을 강화하고, 이른바 사이버 불링 등 악성 콘텐츠 제작‧유포행위에 대한 수사기관의 엄정 대응이 긴요하다”고 제안했다.

향후 검찰은 피고인들이 재판에서 책임에 상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이 사건 외에도 타인의 약점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악성 콘텐츠 유포사범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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