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북콘서트에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잘 극복해서 우리나라가 2011~2012년 수출 규모 세계 7위를 기록했다"라며 "위기를 거치며 비로소 채권국이 됐다. 정말 감개무량하다"라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은 '위기의 남자'로 불린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원 차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한국현대사에 기록될 두 번의 굵직한 경제 위기를 온몸으로 통과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그는 환율실세화, 감세정책, 한미 통화스와프 등 각종 위기대응정책을 추진했다. 강 전 장관의 말처럼 대부분의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한국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수출 규모 세계 12위에서 7위로 올랐다. 또 대외 채무국에서 대외 채권국이 됐다.
강 전 장관은 2005년에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2015년에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을 펴내면서 한국경제사의 흐름을 짚은 바 있다. 이번 책은 강 전 장관이 과거 출간한 책 두 권을 통합해 재출간한 것이다.
이 책에는 한국경제의 바탕을 이룬 정책들이 어떻게 입안되고 결정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또 한국정부가 두 번의 경제 위기에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 사실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날 그는 "100m 달리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넘어지는데 우리만 안 넘어져서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며 "위기를 거치고 우리는 비로소 달러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7위 대국에 오르고, 신용등급에서 일본을 제치고, 인류사에서 처음으로 수원국에서 원조국으로 탈바꿈한 것은 위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역사였다"고 말했다.
또 강 전 장관은 경제 위기가 심할수록 여야가 싸우지 말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야당 대표였던 정세균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였던 이광재 의원이 초당적으로 협력해줘서 정부의 위기관리대책 13개 법안이 통과됐다"라며 "위기 때는 여야를 떠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의 반대가 있더라도 소신과 용기를 갖고 일을 해야 한다"라며 "나는 위기 때마다 욕을 먹었지만, 나중에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소신과 용기 덕분에 오늘 북콘서트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강 전 장관을 초대 경제 수장으로 임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잘 극복한 덕분에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도 잘 개최할 수 있었다. 정상회의에 가면 콧대 높은 유럽 정상들이 전부 내 옆에 앉으려고 했다. 한국의 위상이 그때 이후로 정말 높아졌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오늘 북콘서트가 과거를 자랑하고 홍보하고 하는 그런 측면보다도 과거를 솔직하게 되돌아보는 장이 되어 반면교사가 되면 좋겠다"라며 "언론인들이 많이 왔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잘해보자는 의지가 보인다. 정말 반갑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