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HUG 보증한도 하향 요청 16차례 묵살...3.9조 피해 키웠다

입력 2024-08-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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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 한도를 낮춰달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요청을 16차례나 묵살하면서 전세사기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국토부가 적시에 담보인정비율을 낮추는 등 조치를 취했다면 약 4조원의 보증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13일 ‘서민주거 안정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국토부와 HUG 등에서 이 같은 5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집값 급등기에 보증제도가 무자본 갭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건축주와 공인중개사 등이 공모한 전세사기로 피해가 급증함에 다라 감사원은 전세사기 예방 및 대응, 임대사업자 관리 등 정부 대책 점검에 나섰다.

우선 감사원은 HUG가 국토부에 보증한도 하향 등 위험관리를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늑장대응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전세보증사고가 급증한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총 16번에 걸쳐 담보인정비율과 공시가격 적용비율 하향이 필요하다는 HUG의 요청을 받았다.

HUG는 보증한도가 높을수록 악성임대인이 전세사기에 전세보증을 악용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봤다. 그러나 국토부는 임차인 보호라는 명목하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담보인정비율이 높은 주택의 전세보증 사고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전체 전세보증 사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험관리가 가능하다고 잘못 판단했다.

HUG의 재정 위험도도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HUG 전세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2017년 34억원 수준에서 전세사기가 현실화한 지난해 무려 3조5544억원으로 늘었다.

절반 정도로 유지되던 회수율도 2022년 23.6%, 지난해에는 14.3%로 무너졌고, 그 결과 2021년까지 이어지던 흑자가 2022년 4087억원 적자로 전환, 지난해 적자 규모가 3조8598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 중 국토부와 HUG가 지난해 10월까지 전세사기로 의심돼 고발·수사의뢰를 한 임대인 236명이 유발한 전세보증 사고 금액만 2조2269억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HUG 요청보다 2년이 늦어진 2022년 6월에서야 대책을 검토해 2023년부터 공시가격 적용비율(1월)과 담보인정비율(5월)을 하향했다. 감사원은 국토부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전세사기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국토부가 2021년 10월 담보인정비율을 90%로 하향했다면 3조9000억 원의 보증사고가 예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은 HUG 또한 악성 임대인의 보증가입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는 등 조치가 늦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HUG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전세보증 사고를 일으킨 임대인에 대해 전세보증 신규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약기간은 통상 2년으로, 보증사고 후 신규 가입이 금지되려면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 그만큼 HUG가 추가 심사 등을 통해 악성 임대인을 초기에 파악해 전세보증 가입을 거부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주의요구하고, 악성 임대인에 대한 보증가입 거부 방안을 마련하도록 HUG에도 통보했다. HUG는 7월 전세보증 50건 초과 가입임대인에 대해 전세계약의 적정성 검증 등 추가 심사를 하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임대사업자의 의무 이행에 대한 국토부의 관리 미흡 실태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임대사업자는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세금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차계약 신고와 임대보증 가입 의무가 있다.

국토부는 ‘렌트홈’과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 등을 통해 미신고 의심 사례를 찾을 수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약 79%의 민간임대주택이 관련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0년 8월부터 모든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에 가입해야 하지만, 국토부가 만든 계약서 양식에 ‘보증회사의 가입 거절’ 항목이 들어가 의무를 피하는 허점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 밖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대출보증 상품을 운용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고액 임대차 계약에도 상품 가입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HF는 전세금이 일정 금액(서울 등 수도권 7억원, 지방 5억원) 이상인 계약에는 가입을 승인하지 않지만, 전세금 대신 월세를 높여 보증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을 방치한 것이다.

월세 계약의 경우 월세를 전세금으로 환산해서 계산해야 하는데, HF는 전세금만을 기준으로 전세대출 보증의 가입 허용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HF의 전세대출보증에 고액 임대차계약의 가입 승인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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