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등 주요기관 2%대 중반으로 조정…금리인하 '변수'로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렸다.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ㆍ고물가 장기화에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이들 기관이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올해 남은 기간 성장률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KDI는 8일 발표한 '2024년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포인트(p) 낮췄다.
올해 5월 중순 경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2.6%로 상향 수정한 KDI가 3개월도 안돼서 전망치를 하향 수정한 것이다.
하향조정의 주요인으로 내수 부진을 꼽았다. KDI는 "우리 경제는 기존 전망에 비해 수출 증가세는 확대되겠으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기존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내수 부진은 최근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2분기 실질 성장률(-0.2%·전기대비)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민간 소비가 0.1%p 성장률을 낮췄다. 건설투자(-0.2%p)·설비투자(-0.2%p) 등 다른 내수 부문도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2분기 GDP 발표 이후 주요 증권사들도 올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종전 2.7%에서 각각 2.4%, 2.5%로 낮췄다.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 흥국증권은 각각 2.5%에서 2.4%로 낮췄다. 전반적으로 2%대 중후반에서 2%대 중반으로 낮아지는 분위기다.
내수 부진의 주된 배경은 고금리·고물가가 꼽힌다. 기준금리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5월 0.50%까지 내려갔다가 2021년 8월 0.75%로 올라간 것을 시작으로 작년 1월 3.50%까지 인상된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며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분위기지만 누적된 고금리 영향이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등에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적된 고물가도 소비 등의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2022년(-0.2%)과 지난해(-1.1%) 2년 연속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1.7% 감소했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데 소득은 그만큼 상승하지 못해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남은 기간 성장률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금리 인하 시점이 꼽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까지 4개월째 2%대를 지속하는 등 물가 부담이 완화되고 있지만, 금리 부담은 여전하다는 점에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정전망에서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에서 금리도 정상화된다면 불필요한 내수 부진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부진 등의 경기 상황으로 본다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시점이 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0%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이른 금리 인하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점은 금리 인하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