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제 도입’ 문무일 前 검찰총장 고언…“사후적 수사만으론 기업 투명성 확보 한계 있어”

입력 2024-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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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무일 ‘법무법인(유한) 세종’ 대표 변호사

‘文 정부 첫’ 제42대 총장…대표변호사 합류 2년

“수사 받는 사람에겐 심대한 타격이나…
우리나라는 수사착수 뒤 제어장치 미흡”
중립성 판단위해 수사심의委 대검 설치

“법치란 ‘법 없이 살’ 수 있는 시민의식”
“韓 지속 성장하려면 기업 투명성 필수”
‘순수 법학’ 위기…뿌리 약한 실무 우려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자가 수사에 착수하면 너무 위험합니다.

‘법무법인(유한) 세종’ 합류 2주년을 맞은 문무일(사법연수원 18기) 대표 변호사는 8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수사를 받는 사람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수사 착수 이후를 제어하는 체계가 발달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 문무일 ‘법무법인(유한) 세종’ 대표 변호사가 8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바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배경이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전(全) 과정에서 각 분야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심의를 받아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개혁으로 신설한 제도다. 문 대표 변호사는 제42대 검찰총장 재임 기간 검사가 독점하던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에 대해 민주적인 통제 장치를 두자는 취지에서 수사심의위를 처음 도입했다.

2017년 12월 대검찰청예규 운영지침이 마련됐고, 대검찰청에 설치돼 검찰수사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고자 2018년 1월 2일부터 시행됐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사한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해 2019년 7월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문 대표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제한 기간(3년)이 끝난 2022년 8월부터 세종에서 변호사로 새 출발했다.

▲ 문무일 ‘법무법인(유한) 세종’ 대표 변호사가 8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尹 정부 초대 총장 교체기…“준법, 일상화해야”

檢, 공정거래 부문 기업 수사 증가
대‧중기 자발적 준법경영 도입해야

문 대표 변호사는 “공정거래 부문을 중심으로 검찰의 기업 수사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정치‧경제‧행정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법원 재판을 통한 사법적 판단을 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오직 법대로 보다는 법 없이 살 수 있는 시민의식이 성숙한 법치주의 국가로 발전하는 초석”이라고 진단했다.

새 검찰총장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전날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달 15일로 임기가 만료하는 이원석(연수원 27기) 총장 후임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로 임명될 제46대 총장 후보군은 △심우정(26기) 법무부 차관 △임관혁(26기) 서울고검장 △신자용(28기) 대검 차장검사 △이진동(28기) 대구고검장 등 4명으로 압축됐다.

문 대표는 “검찰에서 기업 수사를 다수 진행했으나, 검찰 수사와 같은 사후적 조치만으로 기업 내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사법적 잣대로 처벌하려는 방식을 벗어나 오스트레일리아 선행 포인트‧미국 납세 포인트를 벤치마킹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준법 경영이 대기업 경영진들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과 생산현장 근로자에게까지 몸에 베이도록 일선에 침투시키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32년 동안 검찰에 몸담은 특수통인 문 대표 변호사는 2004년 제주지검 부장검사 시절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 또한 2015년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기도 했다. 그가 준법 경영과 반부패 조사 업무에 관심이 큰 이유다.

▲ ‘법무법인(유한) 세종’ 컴플라이언스 센터장을 맡고 있는 문무일(왼쪽) 대표 변호사와 부센터장인 석근배 파트너 변호사가 8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컴플라이언스센터’ 출범 반년…‘준법경영’ 자문↑

로스쿨 체제에 국내 이론법학 고사

문 대표 변호사는 ‘세종 컴플라이언스 센터(Compliance Center·CP 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앞으로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일이 발생되기 전에 미리 리스크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필수적”이라고 센터 출범 이유를 설명했다.

세종은 올해 2월 ‘CP 센터’를 신설한지 6개월 만에 전기‧전자‧반도체, 정보통신(IT)‧플랫폼, 자동차‧로봇, 조선‧철강, 장비제조‧중공업, 이커머스‧유통‧주류, 제약바이오‧의료기기를 비롯해 은행‧보험‧카드‧캐피탈 등 금융업까지 준법 자문 영역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문 대표 변호사는 2019년 7월 퇴임 뒤 모교 고려대에서 컴퓨터학과 석좌교수를 지냈다. 대검 과학수사2담당관으로 근무할 때 국가 디지털포렌식 센터(NDFC‧National Digital Forensic Center) 설립을 주도한 인연이 계기가 됐다.

그는 학계 경험을 바탕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실무 법학은 강화된 반면 ‘이론 법학’이 고사했다고 꼬집었다. 양질의 실무자 양성도 중요하지만, 기초 법학을 중심으로 기존의 법과대학에서 일반 법학대학원으로 이어지며 석·박사 학위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과정이 사라진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론 법학이 약해지면 국내 법학이 해외 법학에 끌려 다니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한 우리 전문가들이 외국 연구학자와 논쟁에서 밀리거나 재판과 수사 실무‧판례를 선도할 수 있는 법리(法理) 개발 역량이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문무일 ‘법무법인(유한) 세종’ 대표 변호사가 8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표 변호사는 검찰총장 재임 기간 수사권‧기소권에 대해 민주적인 통제 장치를 두자는 취지에서 수사심의위원회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문무일 법무법인(유) 세종 대표는…
△1961년 7월 전라남도 광주 출생 △1985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8기) △1992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1994년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 검사 △1995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9년 광주지방검찰청 검사 △2002년 서울지방검찰청 부부장 검사 △2003년 제주지방검찰청 부장 검사 △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특별수사지원과장 △2005년 대검찰청 디지털수사담당관 △2008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장 △2009년 수원지방검찰청 제2차장 검사 △2011년 부산지방검찰청 제1차장 검사 △2012년 광주고등검찰청 차장 검사 △2013년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2015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2017년 제42대 검찰총장 △2022년 ~ 현재 법무법인(유) 세종 대표 변호사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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