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간병비 폭등, 환자 불편 쏟아져” 서울대병원에 무슨 일이?

입력 2024-08-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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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병원 측 간병협약 파기, 질 낮은 사설 간병 플랫폼 무차별 유입”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조합원들이 7일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병원의 간병협약 파기와 무료 간병인소개소 폐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이 무료 간병인소개소 운영을 중단하면서 환자와 의료진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들이 고액의 중개료를 지출하면서도 교육 수준이 담보되지 않은 비숙련 간병인에게 몸을 맡기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병원 간병협약 파기 및 무료 간병인소개소 폐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측에 무료 간병인소개소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병원은 2004년부터 희망간병 및 2개 파견 업체 등 총 3개 간병업체로 구성된 무료 간병인소개소를 20여 년째 운영했다. 병원과 업체 간 간병협약에 따라 희망간병은 중개료가 없고, 파견업체 역시 중개료에 상한선이 있었다. 또한 협약은 서울대병원에 파견되는 간병인들의 교육과 훈련에 대해 규율하고 있어 간병의 질이 유지됐다.

올해 초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이후 서울대병원은 3월 간병협약을 파기했다. 4월부터 무료 간병인소개소 운영은 중단됐고, 병동 스테이션에 게시하고 있었던 간병협약 3개 업체의 연락처 및 이용법 안내물도 철거했다. 이에 환자들은 인터넷 검색이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찾을 수 있는 업체들을 통해 간병인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간병협약은 서울대병원 내 간병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고, 간병비 폭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병원 측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시장의 논리에 맡겨버렸다”라며 “국가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같은 제도를 만들어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공공의료에 힘써야 하는 국립대병원이 최소한의 역할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조합원들이 7일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병원의 간병협약 파기와 무료 간병인소개소 폐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연합뉴스)

외부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간병인이 늘자 간호사들의 고충도 증가했다. 간병인이 간호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환자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승 서울대병원 응급실 간호사는 “최근 간병인이 환자 상태가 좋지 않고, 본인의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이유로 간병을 거부하고 나가버리는 일이 있었다”라며 “간병인이 일회용품을 두세 번 사용하고, 간호사의 지시나 감독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는 상황도 발생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기존 간병협약에 따라 근무 중이었던 간병인들은 병동 내 시설에 익숙하며, 간호사와 업무 협조가 원활했다”라며 “전공의 이탈로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간병인의 무책임한 태도는 환자 안전에 막대한 위협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노사협의회서 간병협약 파기 이유에 대해 ‘간병협약을 맺은 3개 업체의 독점이 부적절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협약 파기 이전에도 환자들은 자유롭게 외부 업체에서 간병인을 고용할 수 있었다.

송승리 건강세상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무료 간병인소개소가 아닌 플랫폼 이용을 부추겨 간병상업화와 비용상승을 유발하고 환자와 그 가족에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라며 “서울대병원이 간병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은 무료 간병인소개소의 필요성이 과거와 달리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간병협약이 생겼던 2004년에는 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이 많아 병원에서 간병서비스의 접근성을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라며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간병업체를 선택할 수 있어 무료 간병인소개소를 통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공백이나 병원 비상경영체제 돌입 등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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