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금융기관의 기보유 거래인프라 통한 국내시장 거래 허용
국내기관 해외지점 RFI 거주자 물량처리 허용…심야가중치 부여
정부가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 시행 한 달을 맞아 외국 금융기관의 우리 외환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등록 요건·한국은행 외환전산망 보고 의무를 완화한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지점 RFI 역할과 심야시간 거래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국내 기관의 지속가능한 야간데스크 운영과 야간시간대 거래 촉진 등을 위해서다.
정부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금융센터에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외환건전성협의회를 마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외건협은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외환시장 개방·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외환시장 구조개선' 시행 추진 상황 점검을 위해 마련됐다. 앞서 국내 외환시장은 해당 정책 시행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마감에서 이튿날 새벽 2시 마감으로 연장됐다.
참석자들은 지난 한 달간 외환시장에 대해 새벽 2시까지 거래·확인·결제가 차질 없이 이뤄지는 등 시스템 안정성, 유동성·변동성 측면에서 양호했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외환시장 전체 거래 규모가 예년 대비 커졌고, 연장시간대로 한정해도 거래량과 매도-매수 호가가 안정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7월 일평균 거래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0.7%, 지난 5년 평균 대비 37.4% 증가했고 연장시간대 평균 스프레드(차이)는 0.39원으로 동시간대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은 0.63원이다.
다만 참석자들은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RFI의 참여 및 거래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23시 이후 심야시간대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김 차관은 "새로운 제도가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외환·금융당국이 지난 한 달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국내·외 금융기관이 우리 외환시장에 참여해 적극 거래할 수 있도록 거래 체결·확인·결제 등 모든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밀착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환당국에 RFI로 등록했거나 RFI 등록에 관심을 보인 외국 금융기관은 여전히 최소 6개월~1년 이상 시장 유동성과 변동성 등 흐름을 지켜본 후 본격적으로 우리 외환시장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라며 "운영 과정에서 포착되는 개선 필요 과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전제로 적극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에 공감하며 앞으로 6개월간 우리 시장의 외연 및 심야시간 거래 확대를 위해 외국 금융기관, 시중 금융기관(국내 은행·증권사), 외은지점 및 외국계 금융기관 현지법인 등 참가자 특성에 맞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RFI 등록 요건과 한은 외환전산망 보고 의무를 개선한다. 현재 RFI 등록을 위해서는 국내 10개 이상 기관(4개 이상 선도은행 포함)과 신용공여 계약이 필요하다. 한국 영업 경험이 없는 외국 금융기관은 이처럼 국내 기관과 각각 새 공여한도를 설정하고 금융상품 거래 계약 체결에 필요한 법률 검토에 2~3년을 써야 한다. 이는 외국 금융기관의 한국 시장 진입 주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 또는 기존에 등록한 RFI가 이미 보유한 거래 인프라를 활용해 우리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또한 RFI 등록 시 동일 그룹 내 모회사 등 재무적 관계가 있는 법인의 신용등급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외국 금융기관뿐 아니라 해외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한 국내 은행·증권사도 개선된 기준 아래 해외 법인을 RFI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한편 6월 외건협에서는 RFI가 물리적으로 보고하기 어렵거나 외국 금융기관으로서 현지법상 계약에 따라 보고가 제한되는 일부 보고서에 대해 보고 유예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외국 금융기관은 사전 예고 없이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갱우 새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왔다. 이를 고려해 RFI가 보고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다른 통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보고 의무를 완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야간시간대 거래 촉진, 국내 야간데스크 피로감 등을 감안해 국내 금융기관 해외지점 RFI의 거주자 물량 처리도 허용한다. 기존에는 국내 거주자 거래 물량은 국내 서울 본점의 고객·은행 간 딜러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RFI도 해당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단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고객과의 모든 거래는 서울 본점 명의 및 법적 책임 하에 수행해야 한다.
야간시간대 거래 촉진을 위해 원·달러 시장 선도은행 선정을 위한 거래량 산정 시 시간대별로 가중치를 차등 부여하기로 했다. 거주자 물량 처리를 포함한 해외지점 RFI의 서울본점 장부를 통한 거래도 거래량 산정 시 포함할 예정이다. 가중치 부여 기준은 △09:00~18:00·1배 △18:00~22:00·2배 △22:00~익일 02:00·3배 등이다.
마지막으로 외은지점 또는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확인·결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 외환거래 전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매월 점검·개선할 계획이다.
먼저 제3자 외환거래시 국내 수탁은행과 대행기관 간 사전 결제실패 방지 목적의 고객 실명을 제외한 계좌 성격 확인은 금융실명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제3자 외환거래 가이드라인'에 명시할 예정이다. 외국계 국내 수탁은행 및 대행기관,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금융결제원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외환거래 및 결제 절차 점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매월 운영하고 주요 개선 필요 과제는 외환·금융당국이 매월 국장급 외건협에서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