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 등 수출 증가에도 내수는 미약…경기 개선 제약"

입력 2024-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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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업 견인…서비스·투자 감소에 내수회복 지연"
"2%대 물가, 목표와 유사한 수준…고용 여건 완만한 조정"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국 경제가 최근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에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내수가 경기 개선을 제약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쳐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리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관련 생산 지표가 양호했지만 서비스업생산·건설투자 지표가 약세를 보인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을 반영한 것이다.

KDI는 "반도체 생산과 출하가 증가하고 재고는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표가 개선되며 제조업의 회복세를 견인했고, 수출은 세계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반도체 업황도 호조세를 지속하면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비스업생산이 낮은 증가세에 머무르고 건설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6월 전산업생산은 건설업 위축 등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0.5% 오르는 데 그쳐 직전 달(2.3%)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전산업생산 중 광공업생산은(4.3%→3.8%)은 자동차(-4.1%), 전기장비(-18.7%) 등 반도체 제외 부문(-1.6%)은 감소 전환했지만 반도체(26.9%)의 높은 증가세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서비스업생산(2.1%→0.5%)은 도소매업(-3.7%), 숙박 및 음식점업(-1.2%) 등 감소로 낮은 증가세에 그쳤다. 건설업생산(-3.0%→-4.6%)도 전월에 이어 큰 폭 감소하면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경기 호조로 재고율(110.5%→104.7%)이 하락하고 평균가동률(73.0%→73.9%)은 오르는 등 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회복세에도 이러한 내수 부진이 반영돼 출하(0.4%→-3.0%)는 감소 전환했다.

수출출하(1.4%)는 반도체(14.1%)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내수출하(-6.4%)는 감소 폭이 커졌다.

상품소비가 주요 품목에서 부진한 가운데 서비스소비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6월 소매판매(-2.9%→-3.6%)는 승용차(-9.2%→-21.4%·전년동월 22.8%)가 기저효과로 대폭 감소한 가운데 의복(-5.3%→-4.6%)과 음식료품(-3.7%→-2.8%) 등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면세점 소매판매액(10.3%)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2/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경상금액)도 25.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해외여행·소비와 밀접한 부문에서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건설투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6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부문(-9.7%)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4.6% 줄어 전월(-3.0%)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건축허가면적(-23.2%)은 사업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크게 감소했고 골고종사 등 초중반기 공정에 쓰이는 레미콘 출하량이 큰 폭 감소(-24.3%)하며 공사물량 축소 가능성을 보였다.

설비투자는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반도체 부문에서 긍정적인 신호도 엿보인다. 6월 설비투자(-1.5%→-2.7%)는 기저효과 등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지만 반도체제조용기계(-8.1%)가 전월(-28.8%)의 극심한 부진을 다소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KDI는 "반도체와 그 외 부문의 경기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2022년 말 이후 누적된 건설수주 부진이 반영되면서 건설투자가 위축됐고, 소매판매액과 설비투자도 감소세를 지속하며 내수 경기가 미약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물가에 대해서는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7월·2.4%→2.6%)이 소폭 확대됐지만 기조적 물가상승세는 물가안정목표와 유사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선 "건설업 고용 위축 등 고용 여건이 완만하게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6월 계절조정 고용률(62.6%)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실업률(2.8%) 낮은 수준인 만큼 조정 속도는 완만하다는 설명이다.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지만 무역 갈등 고조,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 경기 하방 위험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7월 국제유가는 원유 재고 감소 전망 등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의 감산 정책 변화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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