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60% 인상에 허리 휘는 기업들…“대책도 없고 기도만 한다”

입력 2024-08-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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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해상 해상운임 비딩, 58% 상승”
SCFI 작년 말 1759p→7월 말 3447p
수출 의존도 높은 국내 기업에 직격탄
특별한 해결책 없어…“기다리는 수밖에”

▲화물선 한 척이 수에즈 운하에 진입하고 있다. 수에즈(이집트)/신화연합뉴스

물류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수출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기업들은 각각 물류비 인상에 대한 중단기 전략을 세우며 대응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는 3447.87포인트(p)로 파악됐다. 이 지표가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연말부터다. 약 2개월 단위로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29일 1759.57p, 올해 2월 23일 2109.91p, 5월 31일 3044.77p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비중이 높고, 그중에도 해상물동량이 97.7% 달하는 나라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해상운임의 상승 원인으로 크게 ‘홍해 전쟁’과 ‘미국-중국 갈등’이 꼽힌다. 홍해에서 하마스에 우호적인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부터 민간 상선들을 공격하는 일들이 벌어지자, 대형 컨테이너 업체들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이를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운송 기간과 비용이 더 늘어난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은 인상 조치 이전에 물건을 수출하기 위해 물량을 내보내는 ‘밀어내기’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이 많은 컨테이너선을 선점하며 해상운임 부담이 커졌다.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의 한 항구에 선적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그 타격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이 입고 있다. 특히 가전 업계의 타격이 크다.

LG전자는 최근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해상 운임 비딩(입찰) 결과 컨테이너당 해상운임이 지난해 동기 대비 58% 상승했다”고 밝혔다. 부피가 큰 가전제품 특성 상 주로 해상 물류를 이용하기 때문에 해상운임 등락은 가전 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하나증권은 LG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은 2분기 대비 매출은 1.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4.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증권은 “매출액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이유는 가전 부문의 물류비 부담과 TV 부문의 LCD 패널가 인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류비 직격탄은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에서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VD·가전 부문은 올 2분기 4900억원의 흑자를 냈는데, 전년 동기 영업이익 (7400억원)보다 주춤했다.

특히 규모가 큰 기업들은 수익성으로 물류비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물류비 인상은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회사에 해당하고 거의 60%까지 인상된 물류비를 부담하고 있다”며 “ 큰 기업들보다는 작은 기업들의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물류비 상쇄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등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약 형태를 연간, 반기, 분기별 등 다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지중해, 중동 등 다양한 노선이 있는데 전자회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미주 노선을 많이 이용하고, 이곳은 그간 연간계약을 많이 해왔다”며 “해상운임이 높아지면 분기별 단기계약이 늘어나고, 해상운임이 낮아지면 연간계약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홍해 상공에서 1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에 피격된 선박 뒤로 형성된 기름띠가 보인다. 홍해/로이터연합뉴스

해상운임이 출렁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초기 ‘중국 셧다운’으로 줄어든 물동량이 2020년 하반기에 몰리며 해상운임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SCFI는 2019년 하반기 700~900p를 오가다가 2020년 12월 31일에는 2783.03P까지 치솟았다.

전쟁, 국제정세, 펜데믹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수출 기업들이 물류비로 큰 타격을 안게 되자 일각에서는 차라리 미국 등 주요 거점에 현지 공장을 세워 ‘물류 리스크’를 줄이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또렷한 방법은 없다. 앞서 재계 관계자는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원할 수도 없는 문제”라며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그냥 기다리고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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