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멈춰 선 公共…민간도 불안

입력 2024-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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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공공(公共) 부문이 멈춰 선 게 매우 걱정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관료 중심이고 민간이 주도하는 사회가 아니라서 이 상태가 오래되면 결국 민간 부문도 지장을 받게 될 텐데요.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대형 로펌을 책임지는 고위 경영자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들은 말이다. 그는 “공무원들이 직권남용죄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될까 두려워 전혀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법률 자문을 하다보면 사안별로 주무부처 유권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해당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최초 유권해석을 내놓은 실무담당자가 문책을 받게 된다고 한다.

‘직권남용(職權濫用)’이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를 말한다. 타인의 ‘권리행사 방해’ 죄라고도 지칭한다.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 가운데 적용 법조에 따라 형량이 다르기는 하나, 통상 징역형을 기준으로 최대 7년이다.

반대로 공무원이 전혀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직권남용죄와 함께 우리 형법은 같은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에 포함되는 범죄로서 ‘직무유기(職務遺棄)’를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에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은 형량이다. ‘직무유기’ 죄를 범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일단 최고 7년형을 받는 직권남용에 비해 훨씬 가벼운 처벌이다. 자격정지 역시 ‘직권남용’ 죄가 최장 10년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짧다고 볼 수 있다.

열심히 봉직(奉職‧공직에 종사)했을 뿐인데 ‘직권남용’에 해당돼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면 억울할 수 있다. 게다가 장기간 자격정지까지 당해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해도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선배를 볼 때 후배 공무원들 근무 의욕이 시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상 정년이 보장됐는데 구태여 총대를 메고 앞장설 게 뭐가 있겠나. 일 안 하고 놀더라도 정년만 채우고 퇴임한 뒤 공무원연금 받으면서 먹고 살면 그만인 것을…. 설령 논다고 형사 처벌받게 되더라도 징역형이 1년이 안 된다.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수 있다.

‘적극행정 면책주의’를 도입하고 있지만 꺾일 대로 꺾인 공직 사기를 북돋는 데 역부족이다. 정권이 바뀌어 특별수사팀을 꾸려 재수사에 착수하면 공염불이란 걸 모두가 안다.

게다가 직권남용죄는 국가 기능이 현실적으로 침해돼야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라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된다. 적용하기에 따라 형사처벌 범위가 한없이 확대될 우려까지 나온다. 사실 사문화된 범죄였다. 그동안 쌓인 판례조차 거의 없다. 2016년 국정농단‧사법농단 사태 이후 관련 수사 및 재판이 쏟아졌다.

“직권남용 법리를 법원도 이제야 정립하는 중입니다.” (재경 부장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관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법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 검찰청 부장검사)

문제는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몇 년이 더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그사이 멈춰 선 공공 부문으로 인해 민간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장기 공전할 가능성이 점차 커진다는 점이다.

검찰 스스로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직권남용 수사는 공직 내부 감사를 통하거나 징계위원회 처분 수위 논의로 돌려보내고 검찰권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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