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꿈꾸던 억만장자 아들, ‘타이타닉’ 파라마운트 손에 넣어…넷플에 도전장

입력 2024-07-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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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댄스, 파라마운트와 합병
41세 데이비드 엘리슨에 주목↑
스트리밍 독주 넷플과 경쟁 예고

▲데이비드 엘리슨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무성 영화시대에 뿌리를 둔 미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기업중 하나인 파라마운트가 신생 할리우드 제작사인 스카이댄스에 매각돼 합병 작업에 들어갔다. 기업가치 40조 원에 육박하는 슈퍼 공룡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스카이댄스를 이끄는 41세 데이비드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합병사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기술력을 강화해 거대 기술 미디어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스트리밍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억만장자 아들→배우 지망생→성공한 신생 제작사 대표에서 이제는 명실상부 ‘할리우드 거물’이 된 엘리슨이 넷플릭스를 제치고 미디어계 판도를 바꾸고 왕좌에 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ㆍ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스카이댄스는 7일(현지시간) 파라마운트의 지주회사(의결권 주식 77% 보유) 격인 내셔널어뮤즈먼트를 24억 달러에 사들이기로합의했다. 이와 함께 상장 주식 매입에 45억 달러, 파라마운트 부채 상환에 15억 달러를 투입해 총 84억 달러(약 12조 원) 정도를 사용할 예정이다.

▲파라마운트플러스. 로이터연합뉴스

40조 원 육박 거대 미디어 공룡 탄생 예고

이번 합병으로 신규 합병사의 가치는 280억 달러(3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파라마운트는 ‘대부’, ‘타이타닉’ 등 전설적인 영화로 유명한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픽처스를 비롯해 MTV, CBS방송, 파라마운트+(플러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미디어 그룹이다.

스카이댄스는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래리 엘리슨의 아들인 데이비드 앨리슨이 2006년에 설립했다. 배우를 꿈꾸던 엘리슨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을 중퇴하고 아버지가 물려준 현금으로 스카이댄스를 세워 단기간에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대형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사로 키워내 콘텐츠를 보는 안목과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 ‘탑건: 매버릭’,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스타트렉 다크니스’ 등이 대표작이다.

▲샤리 레드스톤 회장. AP뉴시스

레드스톤 가문으로부터 경영권 인수까지 우여곡절

엘리슨이 파라마운트를 품에 안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수개월간의 노력으로 파라마운트의 지주회사 격인 내셔널어뮤즈먼트에 인수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파라마운트 이사회 측의 갑작스러운 반대로 지난달 막판에 무산되기도 했다. 그 사이 미국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도 인수에 뛰어들었고, 일본의 소니그룹이 투자회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손잡고 260억 달러에 전액 현금 인수하겠다며 구애를 나서기도 했다.

엘리슨은 끈질기게 파라마운트 측을 설득했다. 특히 지배주주인 샤리 레드스톤(70) 회장이 엘리슨이 보여준 신뢰와 비전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전언이다. 레드스톤 가문이 88년간 보유했던 파라마운트의 경영권은 이제 설립된 지 20년도 안 된 스카이댄스의 엘리슨에게 넘어가게 됐다.

레드스톤은 성명을 통해 “파라마운트의 오랜 제작 파트너인 스카이댄스는 파라마운트를 잘 알고 있으며 파라마운트를 다음 성장 단계로 이끌 비전과 자원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로고가 TV 리모컨에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예술과 기술의 공생관계 이해는 필수”

엘리슨은 합병사가 출범하면 본인이 파라마운트 회장 겸 CEO를, 제프 셸 NBC유니버설 전 CEO가 사장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엘리슨이 할리우드의 거물로 등극했다는 평가다.

그는 무엇보다 파라마운트가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는 핵심 열쇠를 기술로 보고 있다. 파라마운트의 콘텐츠 능력을 클라우드, AI 기술 입혀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레드스톤 가문이 이끈 파라마운트는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어 많은 투자를 했지만 적자에 허덕였다.

엘리슨은 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에 도전한다’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면서 “우리는 예술과 기술의 공생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이 순간을 맞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파라마운트의 OTT인 파라마운트+에 AI와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고했다.

이어 “파라마운트를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거대 기술 미디어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트리밍에서 AI까지 할리우드를 혁신하고 있는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더 빨리 움직여야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창업자. AP뉴시스

실리콘밸리 억만장자 아빠 찬스 적극 활용

엘리슨은 또 “넷플릭스는 지금 기술을 잘 활용하는 유일한 스트리밍 기업”이라면서 자본력이 풍부한 디즈니, 애플 등도 넷플릭스와의 스트리밍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인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인 아빠 찬스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엘리슨은 사업 시작 당시 아버지로부터 자금과 조언, 인맥 네트워크를 지원 받았다. 또한 영화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미 오라클의 클라우드컴퓨팅 기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의 전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존 래시터를 2019년에 스카이댄스 애니메이션 부문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유능한 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 밖에 국내외 다른 OTT와의 묶음 상품(번들) 출시를 통해 수익성 극복에도 나설 계획이다.

스카이댄스는 엘리슨 외에도 사모펀드 회사인 레드버드캐피털파트너스와 KKR, 중국 비디오 게임ㆍ소셜미디어 회사인 텐센트홀딩스 등이 주요 주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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