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밑밥" "노상방뇨"…與당권주자, 원색적 설전

입력 2024-07-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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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韓 향해 “의혹 사실이면 사퇴?”
독해진 한동훈 “원희룡, 오물 뿌리고 도망”
선관위 “의혹·논란 재생산 시 제재 조치”

▲윤상현(왼쪽부터),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레이스가 원색적 비방과 난타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한동훈 당 대표 후보‘김건희 여사 텔레그램 메시지 무시’ 논란으로 점화된 다툼은 원희룡 후보가 비례대표 ‘사천(私薦)’ 의혹,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댓글팀) 운영 의혹, 측근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등을 새롭게 꺼내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1일 원 후보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한 후보를 향해 “거짓말이 들통나면 후보직을 내려놓겠냐”고 물었다.

원 후보는 “네거티브로 오해받을 수 있는 발언은 일체 중단할 작정이었다”며 “그러나 한 후보는 그러한 저의 결심을 악용해 ‘구태 정치’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했다. 앞서 한 후보가 자신에 대한 의혹을 연달아 제기한 원 후보를 향해 “청산해야 할 마타도어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맞받아친 것이다.

원 후보는 “진짜 구태정치는 ‘한동훈식 거짓말 정치’”라며 “한 후보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만 한다. 사사건건 고소고발을 하고 급기야 장관직까지 걸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사퇴하시겠냐”고 물었다.

한 후보도 발언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그는 “(원 후보가) 마치 노상방뇨 하듯 오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의 계속된 거짓 마타도어들에 답한다.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의혹들을 전면 반박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는 제 가족이 공천개입을 했다는 거짓 마타도어를 해놓고, 선관위원회 핑계를 대며 앞으로 더는 안 하겠다고 했다. 반성과 사과는 거부했다”면서 “(그런데) 하루도 안 지나 거짓 마타도어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10일) 합동연설회에서 ‘고의 패배’를 거론한 원 후보를 향해 “다중인격 같은 구태 정치는 청산돼야 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의 ‘당무 개입’ 발언을 겨냥해 “대통령 탄핵의 밑밥을 깔아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 후보가 ‘문자 무시’ 논란에 ‘당무 개입’, ‘국정 농단’과 같은 표현을 동원해 해명한 점을 거론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형사 기소한 사람이 한동훈 당시 특검 검사였다. 그때 우리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당무 개입, 국정 농단이란 표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이 다 탄핵으로 연결된다. 한 후보 입으로 밑밥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후보가 본인 살자고 정권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나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수 진영 모임인 ‘투게더 포럼’에 참석해서도 상대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나 후보는 포럼에서 “당 대표를 잘못 세워서, 대통령과 같이 가는 게 아니라 나만 대통령 되겠다는 후보를 만들면 당이 파탄난다”며 “공천 혁명을 통해 싸울 수 있는 정당으로 확 바꾸겠다”고 외쳤다.

투게더 포럼은 책임당원 협의회와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 등이 후원하고 있다. 이날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포럼에 참석해 한자리에 모였지만, 한 후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문자 논란’이 터진 뒤인 9일 나머지 당권주자들이 자유우파 정치인 모임인 ‘이삼회’ 출범식에 들러 지지를 호소했을 때도 한 후보만 참석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당권 레이스가 인신공격성 비난과 의혹 제기만 난무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의원들이 한 몸이 돼서 해도 힘든 판에 너무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전했고, 유영하 의원은 “우리끼리 싸우다가 동티(금기된 행동으로 귀신이 노하게 해 벌을 받는 일)가 나면 그땐 공멸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수차례의 경고에도 후보자 간 비방전 양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재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입장문에서 “최근 제22대 총선 공천 등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안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것이 확대 재생산될 경우 선관위는 당헌·당규상 명시된 제재 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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