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지수는 아직 3000도 안 됐는데요?” [정회인의 Hi-마켓]

입력 2024-07-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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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코스피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치라는데요. 오늘 코스피 지수는 아직 2800선 중반으로 2021년 코스피 3000을 돌파했던 시점보다 한참 못 미치네요. 어떻게 이게 가능하죠?

오늘 기자의 이메일에 들어온 질문입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는데 지수는 과거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8월(3296.17)과 비교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코스피 지수는 상장 이후 가격 변동에 의한 값만 반영해서 산출되기 때문입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 813개사의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0.02% 오른 2867.99로 마감했습니다. 전일 상승률(0.34%)에는 못 미치지만,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입니다. 시가총액도 약 2341조 원으로 직전 최대치인 전일 기록(2339조 원)을 하루 만에 또 갈아치웠죠.

코스피 지수와 시가총액이 연이틀 호조를 보인 데는 2분기 실적 발표를 맞아 대형주 위주로 호실적이 쏟아진 영향이 큽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주들의 호실적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크게 개선됐습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5일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4거래일 만에 2조 넘게 순매수해오고 있습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시가총액도 519조9700억 원에서 524조1470억 원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시가총액은 주식의 한 주당 가격(주가)에 발행 주식 수에 곱해서 산출됩니다. 주가 그 자체만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상장사들의 가치를 제대로 비교하기 위한 지표이지요.

예를 들어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각각 8만7800원, 23만9000원입니다. 주가만 보면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3배 가까이 높은데, 이것만 놓고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삼성전자보다 높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한 주당 가격 대신 시가총액이 등장합니다. 삼성전자 1주당 주가(8만7800원)에 총 발행주식수(59억6978만2550주)를 곱하면 시가총액은 약 524조가 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주가에 총 발행주식수를 곱해도 시가총액(173조9930억 원)이 삼성전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이죠.

그렇다면 기업의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상증자나 신규 상장을 통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면 발행주식 수가 증가함과 동시에 시가총액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지수는 상장 이후 가격 변동에 의한 값만 반영해 지수와 시가총액 간 괴리가 발생하지요.

(이미지투데이)

코스피 시장에 시가총액 10조 원 규모의 대어(大漁)가 신규 상장한다고 해볼게요. 이처럼 대형주가 새롭게 상장된다고 해도 당일 코스피 지수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이때 코스피 지수가 100포인트이고, 시가총액이 100조 원이라고 가정하면, 시가총액 10조 원짜리 기업이 신규 상장을 해도 코스피 지수는 그대로 100포인트를 유지하고, 시가총액만 110조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죠.

그다음 날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해 시가총액이 약 1조 원(10%) 오르면 시가총액이 11조 원으로 늘어나지만, 지수는 0.9%포인트 밖에 못 늘어나게 됩니다.

거래소는 이처럼 시가총액이 바뀌어도 지수가 변하지 않는 산정방식을 택한 이유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급작스럽게 늘어났을 때 시가총액 변동분이 주가 지수에 연동되면, 증시 흐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대략 이러한 산술식을 적용해도 국내 기업들의 시가총액에 비해 코스피 지수가 한참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약 20% 증가했지만,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16.4%로 5%포인트 이상 벌어진 반면, 미국 S&P500의 시가총액과 지수 상승률은 24%로 고른 모습을 보였죠.

시가총액만큼 지수가 따라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배당 등 주주환원책을 확대해 투자자들의 장기투자 문화를 끌어내면 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초부터 '기업가치 밸류업(제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강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주주환원책 중에서도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시중에 유통 중인 주식을 매입한 뒤 없애버리는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이익은 그대로인데 유통주식수가 줄어들어 1주당 순이익(EPS), 즉 수익률 효과를 낼 수 있는 즉각적인 방법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효과까지 낼 수 있지요.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소각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법인의 자기주식(자사주)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은 제외됐습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국내 증시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 1418개사 중 소각한 곳은 4.1%(88개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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