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법정에 서기 전에 알았더라면

입력 2024-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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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박꽃 기자
사회적 관심을 받는 유명인의 형사사건 선고 결과를 취재하려는 기자는 대부분 법정 앞에 찾아가 미리 대기해야 한다. 세간의 관심이 높을수록 취재 경쟁도 뜨겁기 때문에 자칫 방청석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리를 선점하는 데 성공한 날이면, 생각지 못한 풍경을 덤으로 관찰하는 기회도 생긴다. 주요 재판 앞뒤로 진행되는 또 다른 형사사건 피고인들이 유죄를 선고받거나 법정 구속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는 까닭이다. 마치 흥미진진한 막장 드라마를 시청하듯, 죄를 짓고 찾아온 이들의 세세한 당시 범행 상황과 그에 따른 상세한 혐의까지 알게 되는 건 물론이다.

유죄를 선고받는 피고인들은 대부분 재판장 앞에서 무척 공손한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는 자신의 죄에 대해 설명 들을 때 크게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경찰관에게 불씨가 살아 있는 담배꽁초를 던져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됐다는 한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은 구속 결정이 나는 동안 두 손을 배 앞에 모으고 고개를 떨궜다. 자신을 찾아온 환자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부정하게 처방한 것도 모자라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환자를 조종해 불법 성관계 영상물까지 촬영했다는 늙수그레한 남자 의사는 판사의 입을 통해 자신의 죄가 인정될 때마다 얼굴이 벌겋게 붉어진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을 일삼던 이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볼 때 종종 생각한다. 자신을 구속할지, 집행유예로 인신 구속만큼은 면해줄지, 벌금형 정도로 처분해줄지 그 ‘목숨 줄’을 쥐고 있는 판사 앞에서는 아무리 한심하고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이일 지라도 참으로 점잖아진다는 것을. 그들 역시 수치심까지 느낄 줄 아는 평범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것을. 물론 큰 처벌을 면하기 위해 그 순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전략’일 수도 있지만, 그런 전략 역시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볼 줄 아는 사람의 행동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일상 생활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기분과 눈치를 그만큼만 살폈다면, 과연 그 자리까지 올 일이 있었을까 싶어서다. 법정에 서기 전에 그 점을 헤아려봤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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