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연이은 수주 행진…캐즘 극복 청신호

입력 2024-07-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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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美 전력업체와 대규모 ESS 배터리 공급 논의
LG엔솔, 르노 전기차 LFP 배터리 수주
중국이 장악한 시장에 길 열려…회복 기대감 쑥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삼성SDI가 기존 SBB(Samsung Battery Box)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SBB 1.5를 선보였다. (사진제공=삼성SDI)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지나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반등 준비에 나선다. 중국이 장악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서 연이어 수주를 따내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전력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와 ESS용 배터리 장기 공급을 협의 중이다. 공급 규모는 총 6.3기가와트시(GWh), 계약금액은 1조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공급 제품은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SBB는 컨테이너 박스에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을 적용한 ESS 제품이다. SBB 1.5는 기존 SBB보다 에너지 밀도를 약 37% 높였다.

현재 글로벌 ESS 시장은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성능이 중요한 전기차와 달리 ESS용 배터리의 경쟁력은 가격과 안전성이다. 중국이 주력하는 LFP 배터리는 가격과 안전성 면에서 삼원계 배터리를 앞선다. 중국 기업의 약진에 한국 기업 점유율은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55%에서 지난해 4%까지 떨어졌다.

이번 대규모 수주는 중국 기업이 독주하던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근 미국 정부가 2026년부터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의 반사 이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의 ‘독주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일(현지시간) 르노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LFP 배터리는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전기차 수요 위축 속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 저렴한 LFP 배터리 채택을 늘려왔다. 전기차 LFP 배터리 역시 중국 기업의 무대였다. 삼원계 배터리에만 주력했던 우리 기업들은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LFP 배터리 시장에 침투했다는 평가다.

SK온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SK온은 지난해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저온 성능을 개선한 ‘윈터 프로’ LFP 배터리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는 영하 20℃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최대 70%까지 급감한다. 윈터 프로 LFP 배터리는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19% 높이면서 저온에서 충·방전 용량을 각각 16%, 10% 개선했다.

상반기 주춤하던 ‘K-배터리’의 실적 회복 신호도 감지된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신차 출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아가 지난달 공개한 EV3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JV)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배터리는 캐스퍼 일렉트릭과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세단형 EV4에도 실린다. 얼티엄플랫폼이 적용된 제너럴모터스(GM)의 신차 출시도 예상돼 있다.

SK온은 연말 출시 예정인 현대차 아이오닉9을 비롯해 아이오닉5·EV6 부분변경 모델, 포드 E-트랜짓 커스텀, 아우디 Q6 e-트론 등의 신차 출시 효과가 기대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모델들이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른 전기차 수요 회복과 배터리 업황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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