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 맹위 떨치는 미국…“2050년 연 6만 명 사망”

입력 2024-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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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파보다 센 열돔, 미국과 전 세계 확산
미국 인구 30%, 열돔 영향권 거주
경제 손실 5000억 달러로 커질 수도
사우디, 멕시코, 인도 등 곳곳서 사망자 속출

▲미국 내 열돔 형성 과정. 출처 미국 해양대기청(NOAA)
미국에서 열파보다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열돔’ 현상이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극심한 무더위로 인해 미국 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기준 열돔 현상으로 국립기상청(NWS)이 발령한 고온 경보 지역에 거주 중인 인구는 총 1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에 달한다. 고온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해 23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최근 5년 내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이미 41명이 사망한 가운데,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는 무더위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50년 6만 명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열돔은 상공의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 돔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열을 가두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미국 기상학회는 2022년 3월 용어집에 추가하고 본격 관리하고 있다. 열파와 달리 특정 위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최대 몇 주 동안도 지속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호스메 로페즈 NOAA 해양학 박사는 “열돔은 미국 전체를 뒤덮는 지름 수천 km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열돔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발생 횟수가 늘고 있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극지대 기온 상승으로 열대와의 기압차가 줄어들고 대기 순환이 약화하면서 발생하기 쉬워지고 있다”며 “열돔이 발생하면 고온뿐 아니라 공기 정체로 대기 질이 나빠진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열돔이 가져올 경제적 피해도 막심하다. 대서양위원회는 2020년 무더위로 인한 생산력 저하가 1000억 달러(약 139조 원)라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으며, 2050년 그 규모는 5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열돔은 저소득층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기후변화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도 우려된다. 더위는 심장병, 스트레스 상승에 의한 우울증 등의 문제를 악화할 위험이 있는 데다, 기온이 인명에 위협이 되는 수준까지 오르게 되면 에어컨 구매 가능 여부가 생사를 결정하게 될 수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이러한 우려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과 남미, 아시아도 열파보다 센 더위에 고통을 겪고 있다. NOA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온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NOAA는 올해 다시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할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정기 성지순례(하지) 기간인 14~19일 성지 메카를 찾은 참가자 중 1301명이 사망했다. 사인은 대부분 열사병이었다. 메카에선 17일 최고 기온이 51.8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리스에선 38도 넘는 날이 3일 이상 지속하면서 아테네에 있는 세계유산 아크로폴리스가 일시 폐쇄되는 일이 있었다. 멕시코에선 올해 들어 더위로 125명이 죽었고, 5월 열대우림에 살던 원숭이 최소 150마리가 더위에 나무에서 떨어져 죽기도 했다. 또 이달 인도 뉴델리는 기온이 사상 최고인 49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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