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Law] 박세리, 눈물의 ‘부친 고소’…사문서위조 어떻게 처벌되나

입력 2024-06-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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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전설’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과 부친 박준철 씨 간 법적 분쟁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박 씨가 재단의 도장을 무단으로 위조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법적 책임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과 현대적 규범 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이 사건을 김강대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와 살펴보겠습니다.

▲골프선수 출신 방송인 박세리가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웨어에서 부친의 사문서위조 혐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세리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박 이사장의 부친 박준철 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대전 유성경찰서는 지난달 박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씨는 한 국제골프학교 설립 업체로부터 충남 태안과 전북 새만금 지역 등에 국제골프학교와 골프아카데미를 설립하는 사업에 참여할 것을 제안받고 재단의 도장과 문서를 위조해 사업참가의향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박준철 씨는 어떻게 처벌될까

박 씨가 재단 인감을 위조하고 이를 이용해 국제골프학교 설립에 관한 참여의향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 혹은 경우에 따라 사인위조 및 위조인장부정사용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사업승인권을 가진 관할행정청이 어떠한 손해를 입었다거나 업무에 방해를 받았다면 사기죄 혹은 그 미수죄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가능성도 있다.

또 박 씨가 재단의 신뢰와 명성을 실추시켜 관할관청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제재를 받게 된다면, 재단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

사문서위조죄 성립 가능성은

사문서위조죄란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 의무 또는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해 성립하는 범죄다. 문서 위조는 작성 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해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데, 모용한다는 건 명의인이 작성한 문서처럼 외관을 만드는 것이다.

아버지가 딸이 설립한 재단법인의 명의를 모용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면, 당연히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

만약 박 씨가 재단으로부터 문서작성에 관한 포괄적 위임을 받았거나 박 이사장에게 사전 동의를 받았다면, 사문서위조죄 등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김강대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는 “박 이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 사실을 밝혔고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사정까지 고려하면 유죄 판단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부친의 사문서위조 혐의와 관련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친족상도례 적용되나

부모-자식 간 발생한 범죄의 경우 ‘친족상도례’라고 해서 형법상 처벌을 면제하는 특별규정이 있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의 지갑을 훔치더라도 아들은 절도죄로 처벌되지 않고 그 형이 면제되는 식이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사이 발생한 재산범죄를 친족 내부의 논의에 따른 처분에 위임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부합하고, 친족 의사에 반해서까지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 개입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박 이사장 부녀간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친족상도례는 재산범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문죄위조 등 범죄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더구나 박 이사장과 재단은 별개의 법인격을 갖기 때문에, 행여나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박 씨의 사문서위조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딸이 아닌 딸이 설립한 재단법인이 된다.

또 박 씨에게 재산범죄인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박 이사장이 아닌 새만금 사업시행사나 관할행정청이 될 가능성이 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박준철 씨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작지만, 박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박 씨에 대한 고소 사실을 밝힌 건 ‘아버지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을 공연히 적시할 때에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이 아버지의 사문서위조 행위 사실을 공표한 것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박 씨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다만 형법은 그러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써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김 변호사는 “박 이사장의 말처럼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아버지의 행위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면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돼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움]

김 변호사는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으며 서울, 수원, 천안, 대전, 대구 지역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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