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美서 벌금 6조원 합의에…국내 피해자 보전 금액 적어질 수도

입력 2024-06-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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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미 SEC와의 민사소송에서 6조 원 규모 벌금 합의
테라ㆍ루나 증권성 위반은 미지수…사기죄 가능성은 높아
대규모 벌금 내고 나면 국내 투자자 피해 보전은 어려울 듯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3월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연행되고 있다. 포드고리차(몬테네그로)/AP뉴시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전 대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민사소송에서 44억7000만 달러(약 6조1400억 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국내 피해자들이 보전받을 금액이 더 적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SEC는 2021년 11월 권도형 씨를 대상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자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최종 합의 액수는 애초 SEC가 책정한 52억6000만 달러(약 7조 원)보다 적다. 권 씨가 약 6조 원 규모의 합의를 하면서 루나 투자로 피해를 본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 보전 전망은 흐려졌다.

테라ㆍ루나의 자본시장법상 증권성 판단은 권 씨가 국내에서 처벌을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기돼왔다. 형사재판에서의 결과를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증권성 여부 판단을 위해 하위테스트를 사용한다. 하위 테스트는 △ 자본 투입 △일정 수익을 획득할 수 있다는 기대 △투자금이 공동 기업에 소속 △투자 수익이 제3자의 노력에 따른 결과로 도출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다만, 국내의 경우 ‘권리성’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미국보다 증권성을 판단하는 범위가 좁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테라ㆍ루나의 증권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적다고 예측한다. 검찰은 테라·루나 사건 공범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두 차례나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루나가 자본시장법에서 규제하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증권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사기죄 적용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법조계 관계자는 “증권법 위반 외에도 또 다른 혐의들이 추가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테라와 루나의 디페깅 당시 테라폼랩스 측에서 보유 비트코인을 이용해 다시 페깅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결국 못 맞췄다. 그러나 그 당시 권도형 측은 가진 비트코인을 모두 페깅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행위를 기망행위로 문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범위를 어디서부터 볼지도 정해야한다. 프리세일부터 시작해 시장에서 계속해서 매매가 지속됐고, 하락도 장기간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페깅을 다시 맞춘다는 말을 믿고 들어온 투자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피해자 범위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루나와 테라는 2022년 5월 8일 테라 생태계 스테이블코인인 UST의 디페깅(달러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폭락했다. UST는 현금이나 국채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 테더(USDT)와 달리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1코인 당 1달러 가치 유지를 하도록 설계됐다. 루나와 테라 간 알고리즘이 깨지면서 루나의 가격이 0원에 수렴하게 됐다.

사기죄를 적용받더라도 국내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피해 보전금액은 제한적이다. 게다가 권 씨가 SEC와 합의하면서 6조 원 규모의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국내 피해자가 보전 받을 금액은 더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6조 원이라는 규모의 돈이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미국에서 합의한 금액을 국내 투자자에게까지 나눠줄 것 같지는 않다”며 “우리나라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피해자에게 지급할만한 재산이 많이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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