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설·사생활 루머로 고통…실체 없는 '해외발 루머' 주의보 [이슈크래커]

입력 2024-06-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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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수현(왼쪽부터), NCT 쟈니, 르세라핌 김채원. (출처=연합뉴스, EPA/연합뉴스)

배우 김수현과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임나영이 열애설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이 열애설은 제기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종결되면서 황당함을 자아냈는데요. 근거도, 실체도 불분명한 '해외발 열애설'이었습니다.

11일 대만 매체 이티투데이는 김수현과 임나영이 7일 열린 '2024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에서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열애설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매체가 주목한 건 온라인상에 확산한 김수현과 임나영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는데요. 이 영상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일행과 함께 무대를 바라보다가 귓속말을 나눴습니다.

그러나 양측은 열애설에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마저 "누가 봐도 연인이 아니었다", "귓속말한 게 열애설의 증거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어이없는 열애설에 헛웃음을 쳤죠.

특히 김수현은 배우 김새론의 '셀프 열애설' 이후 3개월 만에 또 한 번 희한한(?) 열애설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는데요. 이 같은 해외발 루머가 황당한 웃음만 자아내면 다행입니다. 치명적인 고통과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죠.

▲가수 지드래곤(왼쪽부터), 배우 박서준, 르세라핌 카즈하. (출처=갤럭시코퍼레이션, 어썸이엔티, 인스타그램 캡처)

지드래곤·박서준·카즈하도 못 피했다…해외서 시작된 가짜 열애설

해외에서 시작된 가짜 열애설은 점차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4월에는 일본 매체 주간문춘이 그룹 르세라핌 멤버 카즈하와 앤팀 멤버 케이의 열애설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주간문춘은 보도 전 한국 아이돌의 열애설을 보도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관심을 끈 바 있는데요. 이후 카즈하가 일본을 방문했던 3월 중순 일본 도쿄에 있는 야키니쿠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했고,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드라이브를 하다 각자 숙소로 들어갔다며 이들이 최근부터 열애를 시작했다고 주장했죠.

카즈하와 케이는 2021년부터 2022년 여름 열애를 시작했으나, 지난해 소속사에 열애 사실을 들켜 헤어졌으나 재결합했다는 구체적인 타임라인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카즈하 소속사 쏘스뮤직 측은 열애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는데요. 사실 이 매체는 제대로 헛발을 짚은 전적(?)도 있습니다. 르세라핌 멤버 김채원의 열애설을 1월 보도했다가 망신을 당한 건데요. 당시 매체는 김채원이 래퍼 출신 A 씨와 열애 중이라고 주장했는데, 알고 보니 증거로 제시된 사진은 한 팬이 자신의 사진과 합성해 개인 계정에 업로드한 사진이었습니다. A 씨도 "일개 팬인데 일본 매체라 연락할 수도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가수 지드래곤은 해외발 열애설에 끊임없이 거론되는 스타입니다. 3월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김고은과의 열애설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두 사람이 일본의 한 축구경기장에서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열애설로 번진 건데요. 지드래곤 소속사는 "겹치는 지인이 많은 친한 오빠·동생 사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해 1월엔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의 외손녀와의 열애설 해프닝이 발생하면서 신세계 측이 공식입장을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는데요. 두 개의 열애설 모두 중국발 루머였습니다.

이번 김수현·임나영의 열애설을 보도한 매체는 지난달 배우 박서준의 열애설도 제기했습니다. 당시 매체는 박서준이 모델 겸 배우 로렌 사이와 해외 스케줄을 함께했으며, 같은 장소에 간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고 전했죠. 박서준 소속사 어썸이엔티 측은 "박서준은 최근 브랜드 행사 참석을 위해 해외 스케줄을 소화 중이었으며, 해당 일정에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관계자들이 초대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 스케줄에 대한 사실 외 사생활에 관해서는 확인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뉴시스)

악의적인 루머도 파다…비명 지르는 개미들

그런데 문제는 해프닝으로 종결되는 열애설이 아닌, 치명적인 고통을 남기는 루머도 숱하다는 겁니다.

SM엔터테인먼트(SM)는 4일 소속 그룹 NCT 멤버 쟈니와 해찬에 대한 일본발 악성 루머에 칼을 빼 들었습니다. SM은 광야 119를 통해 "현재 온라인 상에 쟈니, 해찬의 성매매, 마약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자극적인 내용의 루머가 무분별하게 유포 및 재생산되고 있다"며 "더불어 이와 관련해 NCT를 비롯한 김희철 등 소속 아티스트를 향해 사실이 아닌 무분별한 루머 생성 및 악의적인 비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SM은 "확인 결과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아티스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 행위"라고 경고했죠. 또한, "당사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이미 다수의 게시물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수집했으며, 이러한 범죄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국적을 불문하고 선처나 합의 없이 관련 행위자들을 법적으로 처벌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악의적인 게시물을 게재하는 모든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해찬과 쟈니,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일본 유흥업소를 방문했다는 루머가 확산했습니다. 해찬과 쟈니가 성매매와 마약을 했다는 루머도 돌았죠.

이에 김희철은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걱정하고 실망할까 봐 여기다 간단히 얘기하는데 나 단 한 번도 우리 회사 후배들이랑 밖에서 따로 밥 먹거나 술 먹거나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심지어 연락처도 없다"고 직접 루머를 일축했습니다.

이 루머가 확산하면서 SM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는데요. 이날 SM은 코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무려 8.1% 하락한 8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중 한때 8만 500원(-9.75%)까지 떨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비명을 자아냈죠.

▲장원영. (연합뉴스)

화제성·파급력 이용한 노이즈 마케팅…장원영 강경 대응이 주목받은 이유

아직도 일각에서 '엔터주=잡주' 취급이 나오는 건 소속 아티스트를 둘러싼 수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입니다. 엔터주의 최대 약점으로는 소속 아티스트의 사생활 리스크가 꼽히기도 하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열애설에 대한 주식시장의 민감도는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최근까지도 열애설이나 열애 인정 소식으로 주가가 출렁인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SM 소속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2월 배우 이재욱과 열애설을 인정하자, SM은 하루 만에 시가총액 668억 원이 증발한 바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엔터주를 사려면 경제 뉴스가 아닌 '지라시'부터 봐야 한다"는 말이 오가기도 하죠.

루머는 엔터주 주가에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로 작용하면서, 팬들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피로감까지 자아냅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건 악의적인 루머에 멍드는 당사자의 마음일 텐데요. 특히 중국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다수의 온라인 매체들이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뉴스를 생산하면서 '클릭 수'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기사 정정이나 수정 등 요청이 어려운 만큼, K팝 스타나 배우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 수 있고, 화제성파급력을 이용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해외발 가짜 뉴스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 국내에도 유입되죠.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소속사의 움직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과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스타쉽)는 2022년 11월부터 이른바 사이버 렉카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 A 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 및 해외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 씨는 2021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탈덕수용소'를 통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 7명을 비방하는 영상을 23차례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데요. 5명의 외모를 비하하는 영상 등을 19차례 업로드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특히 A 씨는 "장원영이 질투해 동료 연습생의 데뷔가 무산됐다", "또 다른 유명인들도 성매매나 성형수술을 했다"는 등 거짓 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바 있죠.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악명이 높은 '탈덕수용소'가 재판에 넘겨질 수 있었던 건 장원영과 소속사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스타쉽 측은 해외에 본사를 둔 구글에 4차례나 신상정보 제공을 요청했고, 지난해 5월 미국 법원에서 정보제공명령을 받았으며, 7월에는 미국 구글 본사로부터 탈덕수용소 운영자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장원영 측은 A 씨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했는데요. 1월 재판부로부터 변론 없이 판결선고를 거쳐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지난달 민사소송 2심에선 법원의 조정 절차를 밟았지만, "해당 소송은 '사이버 렉카'에 대해 준엄한 법적 심판을 받기 위함이 우선적 목적이므로 합의의 여지를 두고 있지 않다"는 장원영 측의 강경한 태도로 조정이 결렬됐습니다. 돈이나 사과가 아닌, 그간 벌여온 악행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엔 대중의 응원이 쏟아졌죠.

장원영 측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자, A 씨는 황급히 사과문을 올리고 채널을 삭제했습니다. 최근 쟈니와 해찬의 일본발 루머를 퍼다 나른 네티즌도 마찬가지입니다. SM이 공식 입장을 내고 "이 같은 범죄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국적을 불문하고 선처나 합의 없이 관련 행위자들을 법적으로 처벌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하자, X(옛 트위터)에 해당 루머를 유포한 계정은 즉각 삭제됐죠.

일각에서는 소속사의 강경 대응 기조만으로는 해외발 루머를 불식할 수 없다고도 지적합니다. 루머를 단순 '가십'으로 취급하지 않으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는 건데요. 누군가에겐 단순한 재밋거리에 불과한 이야기가 당사자와 그 주변엔 지우기 어려운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도 유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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