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애플 AI’에 “싱거운데”…삼성 AI 독주 막기 어려울 듯

입력 2024-06-11 07:06수정 2024-06-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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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WWDC서 업데이트 내용 발표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
뒤늦게 AI 도입했지만 차별화는 ‘글쎄’
처음 선보인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

▲6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개최하는 연례 개발자 대회 ‘WWDC(세계 개발자 회의) 24’가 개최됐다. (연합뉴스)

애플이 ‘오픈AI’와 협업을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인공지능(AI) 도입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애플이 공개한 AI 서비스들은 이미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들이 선보인 것들이다. 뒤늦게 AI 경쟁에 뛰어든 애플이 ‘판’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챗GPT 제작사인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음성 비서인 ‘시리(Siri)’를 통해 챗GPT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비서로 거듭난 시리, 챗GPT 탑재

그간 자사 제품만 연동하는 식으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애플이 외부 업체인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애플이 밝힌 AI 기능은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 등을 통해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 내용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아이폰 사용자들은 연말부터 챗GPT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011년 처음 공개된 시리는 현재 타이머 설정이나 음악 재생 정도의 단순 명령만 수행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10여 년 만에 생성형 AI를 탑재하며 기기 내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디지털 비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 측은 올해 말 챗GPT-4o가 통합되고 다른 AI 기능도 추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챗GPT-4o는 오픈AI가 최근 발표한 챗GPT 최신 버전인데,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애플의 AI 기능, 이렇게 활용 가능하다

애플은 또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도 선보였다. 애플의 야심작이다. 애플은 “강력한 생성형 AI 모델에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더해 놀랍도록 유용하고 유의미한 지능형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능은 다수의 애플리케이션(앱)에 걸쳐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고 텍스트를 요약, 이미지를 생성한다. 사용자가 필요할 때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애플이 10일(현지시간) iOS 18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했다. 최우선 알림은 가장 중요한 알림을 보여주고, 요약본을 통해 긴 알림이나 쌓여 있는 알림도 빠르게 훑어볼 수 있게 한다. 덕분에 잠금 화면에서 중요한 내용을 한눈에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애플)

예를 들면, 편지함(이메일 앱) 최상단 새로운 섹션에 오늘 있을 저녁 식사 초대나 이용할 탑승권 등 가장 시급한 이메일을 표시해 준다. 스마트 답장 기능은 빠르게 답장을 보낼 수 있도록 답장 내용을 제안해 주고, 이메일에서 질문을 식별해 빠짐 없이 답을 보내도록 해준다.

사용자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집중 모드인 방해 요소 줄이기 기능도 있다. ‘오늘 어린이집이 일찍 마친다’는 문자처럼 당장 확인해야 하는 알림만 골라 띄워준다.

애플은 이러한 기능이 기기 내부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AI’ 형태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애플도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폰에서도 마침내 통화 녹음이

애플의 이번 업데이트 내용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아이폰에서도 드디어 전화 통화 녹음이 가능해진다는 부분이다. 다른 경쟁사의 스마트폰과 달리 애플은 여태껏 지원하지 않던 기능이다. 애플의 이 기능으로 통화 기록을 녹음하고 전사, 요약할 수 있게 되는데 다만, 통화 중에 녹음을 시작하면 당사자 모두에게 자동으로 녹음 사실이 알려진다. 통화를 마치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요약본을 생성해 요점을 되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애플 AI 기술들

애플의 AI 기술 도입은 업계에서도 늦은 편이다. 뒤늦게 AI 대전에 참전한 만큼 시장에서는 애플의 큰 ‘한방’을 기대했으나, 이번에 공개된 내용들이 기존 경쟁사들의 기술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를 통해 자체 생성형 AI인 ‘갤럭시 AI’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온디바이스AI와 클라우드AI가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AI’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스마트 반지인 ‘갤럭시 링’도 공개하며 AI 기기 시장에서 선점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을 통해 또 다른 AI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6와 Z폴드6를 비롯해 갤럭시 AI 시리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애플이 10일(현지시간) iOS 18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했다. 앞으로 타이핑으로 시리(Siri)를 사용할 수 있고, 텍스트와 음성 중 편한 방식으로 그때그때 선택해 시리와 소통할 수 있다. (사진제공-애플)

특히 이번 애플이 공개한 메시지 요약, 메시지로 사진 검색 등 기능은 이미 삼성전자와 MS, 구글 등 경쟁사들이 선보인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애플의 이번 발표가 경쟁사들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6010만 대로 20.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애플(17.3%)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에 기대가 있었는데, 예상보다 새로운 것이 거의 없었다”며 “폐쇄적인 정책을 피던 애플이 오픈AI와 협업을 한다는 것이 신선한 뉴스지만, 이것도 이미 다른 기업들은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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