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즉각 켠다…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싫어하는 이유 [해시태그]

입력 2024-06-09 16:18수정 2024-06-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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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뉴시스)

약 6년간 멈췄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오늘(9일)부터 재개됩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세 차례나 1000여개가 넘은 오물 풍선을 대규모로 살포함에 따라 정부도 대응에 나선 건데요.

대통령실은 이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일으키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고 강조했죠. 또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라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한 도로에 대남 풍선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 1000여 개를 남쪽으로 살포한 바 있는데요. 수거한 오물 풍선에는 담배꽁초, 폐지, 천 조각, 비닐이 발견됐고, 화생방 오염물질 등 위험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북한은 오물 풍선에 이어 서북도서지역 항공기 선박을 대상으로 GPS 교란 공격도 감행했죠.

당시에도 대통령실은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이라며 2018년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시사했는데요. 그러자 북한은 오물 풍선 살포 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알리며 “다만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우리는 이미 경고한 대로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대남전단은 오물?…역대 삐라 살펴보니 [해시태그]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새벽 대북전단 20만장을 경기도 포천에서 추가로 살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하지만 탈북민단체는 6~7일 에드벌룬을 통해 대북전단 20만 장을 살포했죠. 애드벌룬 안에는 대북전단 20만 장과 K팝, 드라마 겨울연가, 가수 나훈아·임영웅의 노래 및 동영상을 저장한 USB 5000개, 1달러 지폐 2000장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북한이 다시 8일 오물 풍선을 보내온 건데요. 서울과 수도권에서 오물 풍선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발견된 풍선의 잔해에는 두엄(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담긴 비닐봉지도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죠.

대통령실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입장을 밝힌 만큼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접경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북한 오물 풍선 살포에 육·해·공군 모든 부대가 휴일인 9일에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 중이죠.

대북 확성기 재개 소식을 알리며 ‘북한 정권은 감내하기 힘들 것’, ‘북한이 고통스러워할 강력한 대응’을 언급했는데요. 즉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 정권에게 치명타인 점을 확언한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접경지역에서 잠복근무를 나가는 북한군들에게 대한민국의 문화를 조금씩 접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확성기 방송이 진행되던 시절, ‘자유의 소리’라는 이름의 국방부 심리전 FM 방송을 통해 국내외 주요 소식을 전파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한 삶을 소개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우월성을 홍보했죠. 또 K팝 등 한국의 음악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출력을 최대로 하면 야간에는 약 24km, 주간에는 약 10여km 거리에서 해당 방송을 들을 수 있었죠.

(뉴시스)

실제 2012년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한국으로 망명한 정하늘 씨는 VOA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확성기 방송은 정보의 사각지대인 최전방 북한 군인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가수들이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한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당시 인기 가수들을 북한 군인들이 다 알고 있다”라고 전했는데요.

물론 현재 북한 장마당(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민영 시장)에는 K드라마나 K팝 등을 담은 USB가 퍼져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이를 들키면 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대북 확성기를 통해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것까지 벌할 수는 없기에 북한 정권에선 더 예민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북한은 2015년 남북 간 고위급 협상에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들고나왔죠.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것은 명확합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됐는데요. 이후 천안함 피격 도발(2010)과 지뢰 도발(2015), 북한의 4차 핵실험(2016) 둥 북한 도발 대응에 맞서 일시적으로 재개되기도 했죠.

그러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 및 철수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줄 알았지만, 2024년 6월 다시 불이 켜지게 됐습니다.

(뉴시스)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등 도발 대응 차원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한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정지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대북 심리전을 막는 법적 제약을 제거한 상황인데요.

고정식 혹은 이동식으로 수 시간 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이 나올 예정이죠. 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이토록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싫어하던 북한의 대응에 우려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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