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도 팹리스 등 반도체 지원법 미미… 22대 국회벽 넘을까

입력 2024-06-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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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3%
AI칩 수요 늘어나는데 업계 지원 미미
K칩스법 일몰 기한 6년 연장,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발의돼
“21대서 폐기된 법안, 22대선 통과돼야”

▲SK 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일반산단 조감도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인력과 투자비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22대 국회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돼 반도체 업계에 직접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반도체집적회로의 배치설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팹리스 회사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반도체설계재산의 기본계획 수립 △반도체설계재산 전문 인력 양성기관 지정 △반도체설계재산진흥센터 설립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이 발의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세계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점유율이 3% 정도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시스템반도체는 자동차와 전자, 5G, 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로봇과 연결된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비대면’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고성능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제품 수요도 크게 늘었다. 개정안은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반도체 설계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크게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위탁 생산을 하는 ‘파운드리’로 구분되는데, 글로벌 상위 50위 팹리스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없다. 시장 점유율은 1%에 그칠 정도로 반도체 설계분야는 뒤처져 있다. 반도체 설계는 고급 설계인력 확보가 중요하지만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렵고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비 부담은 큰데 지원이 부족한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해당 개정안은 발의 당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과 해상풍력 특별법 등 시급한 법안이 우선 논의되며 뒤로 밀렸다.

구 의원은 개정안 발의 후 반도체 관련 시장 환경 등이 많이 변한 만큼 이를 반영해 법안을 다듬어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다만, 개정안 통과와 별개로 제도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자근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돼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고, 규제를 어떻게 완화하고, 세금을 얼마나 깎아주는지 등 제도적인 부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DB하이텍)

관련 업계는 대체로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된 2021년이나 지금이나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어려운 건 변함없다”며 “AI 기술 보급이 빨라지는 만큼 늦었지만 22대 국회에서라도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관계자도 “법안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정부의 지원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치우치지 않고 팹리스 업체들에도 직접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사업화를 위한 기업의 시설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K칩스법' 일몰을 6년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이날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 역시 지난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개정안은 올해 12월까지인 K칩스법 일몰 기한을 2030년 말까지 6년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박 의원은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주요 경쟁국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으며 총력전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법안 처리를 미뤄 국내 반도체 산업이 경쟁국에 뒤처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반도체 산업 성장에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도 1호 법안으로 반도체지원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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