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국내에서 부진한데 해외선 날았다…이유는? [모빌리티]

입력 2024-06-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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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출이 전체 판매량의 93% 차지
국내선 비싼 가격으로 판매 부진 겪어
대형 SUV 선호도 높은 미국서 판매 호조
현지 생산으로 수요 대응ㆍ가격경쟁력 확보

▲기아 EV9. (사진제공=기아)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이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은 가격 등으로 국내 시장에선 부진한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특히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4일 기아에 따르면 EV9은 지난해 6월 국내 출시된 이후 전 세계에서 총 4만8291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국내 판매량은 8982대, 수출은 3만9309대로 수출이 내수 판매의 4.4배에 달한다.

올해 들어 내수와 수출 격차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올해 1~4월 EV9의 내수 판매는 930대에 그쳤다. 반면 수출은 13배 가량 많은 1만2211대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량의 92.9%를 차지했다.

EV9은 출시 당시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 모델로 주목받았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됐으며 99.8㎾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501㎞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판매 부진을 겪는 중이다. 높은 가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EV9 가격은 7337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상위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하면 1억 원에 육박한다. 국내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4월까지 미국으로 수출된 EV9 대수는 5579대로 전체 수출의 45.7%에 달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시장에서 전월보다 39% 증가한 2187대 판매되며 역대 월간 최고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에서 선호도가 높은 대형 SUV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패밀리카를 표방한 EV9은 국내 최초의 3열 전기차다. 6인승 혹은 7인승의 거대한 덩치를 가졌다.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도 3열 대형 전기차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기아는 이미 대형 SUV로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텔루라이드가 대표적 예다. 기아의 미국 전략 모델인 텔루라이드는 2019년 출시 후 지난달까지 50만 대 가까이 팔렸다. 비슷한 체급의 EV9은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검증된 규격인 셈이다.

게다가 동급 전기차 가운데서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EV9은 미국에서 기본 트림 기준 5만4900달러(약 7540만 원)에 판매된다. 반면 테슬라의 준대형 SUV 모델X의 가격은 7만9990달러(약 1억 990만 원)부터 시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전기 SUV 모델인 EQS SUV는 기본 트림 기준 10만8550달러(약 1억492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기아는 미국 현지에서 EV9을 생산하며 인기몰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30일부터 미국 조지아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2025년형 EV9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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