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가고 ‘6관왕 명장’ 왔다…한지 플릭, 바르셀로나 구원할까

입력 2024-05-30 12:57수정 2024-05-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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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에르난데스(왼쪽), 한지 플릭 감독. (AP/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축구 명문 FC 바르셀로나가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과의 동행을 마쳤다. 한지 플릭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바르셀로나가 우승 트로피 도전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나섰다. 계속된 부진으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자, 동행 대신 결별을 선택한 바르셀로나. 과연 위기의 팀을 플릭이 구원해 낼 수 있을까.

'바르셀로나 전설', 선수 아닌 감독으로 복귀

바르셀로나 감독 사비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으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축구 역사에 한 획은 그은 미드필더다. 2019년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사비는 2021년 11월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친정으로 돌아왔다.

사비는 1998년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이래 통산 767경기 85골 184도움을 기록한 스페인 축구의 전설이다. 그는 커리어 통산 라리가 우승 8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4회 등 트로피를 31개나 들어 올렸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A매치 통산 133경기에 출전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에 기여했다.

▲2021년 당시 로날드 쿠만 FC 바르셀로나 감독. (AP/연합뉴스)

당시 로널드 쿠만 감독이 이끌던 바르셀로나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0-2021시즌 리그에서 3위를 기록했고, UCL에서는 16강에서 프랑스 리그1 파르 생제르맹(PSG)에 1차전 1-4라는 충격 패를 당했다.

물론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에서 아틀레틱 빌바오를 상대로 4-0 승리하며 무관으로 시즌을 마무리하지는 않았지만, 새 시즌에도 리그와 국제 대회에서 하락세를 겪었다. 이에 바르셀로나는 쿠만 감독을 경질, 사비 감독을 전격 선임한다.

4년 만에 리그 우승 트로피 선물…우여곡절 끝 연임

사비는 감독 데뷔 3년 차로는 믿을 수 없는 뛰어난 카리스마와 전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팀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도 부임한 2021-2022시즌을 리그 2위로 마무리한 사비는 이듬해 2022-2023시즌 팀을 프리메라리가 챔피언으로 등극시키며 4년 만에 리그 우승 트로피를 클럽에 선물했다.

▲FC 바르셀로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26일(현지시간) 스페인 세비야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경기장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세비야와의 경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 모습. (AP/연합뉴스)

당초 2024시즌까지 팀을 맡기로 했던 사비 감독은 1월 비야레알과 라리가 22라운드를 3-5로 역전패한 후 시즌 종료 후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사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르셀로나를 떠날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며칠 전에 떠나기로 했고, 이제 이 사실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당시 성적 부진 때문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는 1월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지로나에 밀리며 리그에서 3위에 위치했고,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에서 레알에 1-4로 완패하며 사비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다.

바르셀로나 보드진도 사비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비 감독을 설득하는데 성공, 사비는 사임 의사를 번복했다. 사비는 유임 확정 후 "지난 1월엔 떠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남는 게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때 그 결정은 잘못됐다. 지금은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라포르타 회장의 '격노'…사비, 결국 지휘봉 내려놓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카탈루냐 매체 'RAC1'는 17일(한국시간) "주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은 며칠 안으로 사비를 해고하기로 했다"라고 보도했다.

▲후안 라포르타(왼쪽) FC 바르셀로나 회장과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4월 25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인근 산 후안 데스피 후안 감페르 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매체는 "사비는 알메리아 원정을 앞두고 다음 시즌 라리가에선 레알 마드리드, UCL에선 유럽의 빅클럽들과 경쟁하는 게 매우 어려울 거라는 점을 인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사비가 주장했던 승리 주의적인 이야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라포르타 회장이 엄청나게 분노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비 감독이 물러났다. 바르셀로나는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바르셀로나와 사비 감독은 2024-2025시즌이 끝날 때 사비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가 클럽과 맺은 계약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클럽은 사비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헌신과 계약 종료 합의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우리는 사비 감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비 감독은 "회장의 결정을 존중한다. 나는 항상 바르셀로나 팬으로 남아 클럽을 응원할 것이다"라며 "나는 또 다른 한 명의 팬으로 새 캄프 누를 찾을 것이다"라고 친정팀을 응원했다.

감독 떠나도…친정팀 향한 팬심은 여전

사비는 바르셀로나 감독 해임 통보에 "회장의 결정을 존중한다. 나는 항상 바르셀로나 팬으로 남아 클럽을 응원할 것이다"라며 "나는 또 다른 한 명의 팬으로 새 캄프 누를 찾을 것이다"라고 친정팀을 응원했다.

▲사비 에르난데스 FC 바르셀로나 감독. (AFP/연합뉴스)

이어 "팬들의 응원과 애정에 감사드린다. 항상 내 편이었고 내 축구 커리어 내내 똑같은 사랑을 주셨다"라며 "바르셀로나 팬으로 돌아가 클럽을 응원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비는 계약 기간을 남기고 해임된 만큼, 위약금을 받고 물러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정 상황이 여의찮은 구단을 위해 거액의 위약금마저 포기했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에 따르면, 사비가 받을 수 있는 위약금 규모는 약 1100만~1200만 유로(약 163억~178억원)로 알려졌다.

매체는 "사비는 전 소속팀 알 사드(카타르)와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그가 지불한 250만 유로(약 37억원)만 바르셀로나 구단이 배상하고, 나머지 비용은 구단 직원 급여 지급 등에 써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훌륭한 성공 거뒀다"…투헬·데체르비 대신 한지 플릭 선택

바르셀로나는 이날 사비 감독 경질 후 곧바로 신임 감독을 발표했다. 바르셀로나의 새 사령탑은 한지 플릭이다. 플릭 감독은 바르셀로나 SNS를 통해 "바르셀로나 팬 여러분, 이제는 우리의 시간입니다. 바르셀로나 파이팅"이라면서 부임 메시지를 전했다. 플릭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6년 6월 30일까지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플릭 감독 외에 또 다른 감독 후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분데스리가 뮌헨,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감독이었던 투헬과 로베르토 데체르비 감독, 선수 시절 구단에 오래 몸담았던 라파 마르케스 바르셀로나 애슬레틱 감독이다.

▲2019년 당시 바이에른 뮌헨 임시 감독이었던 한지 플릭.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구단의 선택은 플릭이었다. 플릭 감독은 뮌헨 감독 대행 시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다. 바르셀로나는 "강도 높은 압박과 강렬하고 대담한 플레이 스타일로 잘 알려진 감독을 선택했다"며 "플릭 감독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클럽팀과 대표팀에서 훌륭한 성공을 거뒀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플릭 감독은 "난 공을 소유하는 것과 공격적인 방식을 선호한다"라며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데코 디렉터, 라포르타 회장과 함께할 작업이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부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팬들과 함께 이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 여러분의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이 놀라운 팀과 함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며 "뮌헨에서 몇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바르셀로나에서도 이 길을 걷고 싶다"고 팬들에게 호소했다.

뮌헨 사상 첫 6관왕 사령탑…대표팀 성적은 '글쎄'

플릭 감독은 분데스리가 '트레블'의 주역이다. 처음부터 정식 감독으로 시즌을 시작한 건 아니다. 2019-2020시즌 11월 니코 코바치 감독 경질 이후 뮌헨 감독 대행으로 중도 부임했다. 과감한 압박을 바탕으로 21경기에서 18승 1무 2패를 거두며 압도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바이에른 뮌헨 한지 플릭 감독이 2020년 7월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바이엘 04 레버쿠젠과의 DFB컵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뮌헨을 리그 우승으로 이끈 플릭 감독은 DFB-포칼컵 결승전에서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상대로 4-2 승리하며 컵대회 트로피까지 얻어냈다. 플릭의 질주는 2관왕에서 멈추지 않았다. UCL 결승에서 PSG를 1-0으로 제압하면서 부임 첫해 '트레블'을 완성했다.

여기에 UEFA 슈퍼컵, DFL-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까지 우승하며 뮌헨 역사상 최초의 6관왕을 달성했다. 플릭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해 UEFA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플릭 감독은 구단 수뇌부와 불화로 뮌헨을 나와 2021년 7월부터 요아힘 뢰프 감독의 뒤를 이어 독일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다. 부임 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전까지 16경기에서 10승 5무 1패를 기록하면서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지만,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2023년에 치러진 A매치에서 6경기 1승을 거두며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3월 페루와 친선전 2-0 승리 후 5경기에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결국, 플릭 감독은 9월 독일 볼프스부르크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1-4로 대패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며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났다.

플릭의 '라 마시아' 관심, 보드진 마음 흔들었다

▲FC 바르셀로나 구단 유소년 팀 '라 마시아' 선수들이 스페인 산 호안 데스피 후안 갬퍼 훈련장에서 시합을 위해 경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플릭 감독이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부임하며 현장으로 복귀했다. 바르셀로나가 플릭 감독을 선택한 이유로는 우승 경험과 압박을 통한 공격 축구를 선보인다는 점이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라 마시아'에 대한 관심이다.

'라 마시아'는 바르셀로나 구단 유소년 육성 시스템으로, 카탈루냐어로 '농장'이라는 뜻이다. 전 주장 카를레스 푸욜과 전 감독 사비를 비롯해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제라르 피케, 조르디 알바 등 뛰어난 선수들을 다수 배출했다.

최근에도 기량이 출중한 어린 선수들을 다수 육성했다. 수비진에 로날드 아라우호, 알레한드로 발데, 중원에 가비, 공격진에 라민 야말 등 미래에 유럽을 호령할 유망주 선수들이 현재 바르셀로나 1군에서 뛰고 있다.

스페인 '바르사유니버셜'은 29일(이하 한국시간) "한지 플릭은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 라 마시아에 큰 관심이 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독일 '스포르트'를 인용해 "플릭은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 경기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위해 코치 중 한 명을 파견했다"며 "그 결과 플릭은 주목할 만한 선수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 보고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FC 바르셀로나 구단 유소년 팀 '라 마시아'가 팀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는 바르셀로나 보드진이 플릭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주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바르셀로나 이사회는 이 보고서로 플릭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플릭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재능들도 열정적으로 관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플릭은 라 마시아 유망주들을 적극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매체에 따르면, 마르크 카사도, 마르크 베르날, 안드레스 쿠엔가 등 유소년 선수들이 이번 프리시즌 투어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플릭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두 '재앙'이 이제는 아군으로…새 시즌 반등 성공할까

한편, 플릭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과거 바르셀로나를 절망에 빠뜨린 두 명이 또다시 힘을 합치게 됐다. 나머지 한 명은 바로 공격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다.

플릭 감독이 뮌헨 임시 감독으로 활약하던 2019-2020시즌, UCL 8강에서 뮌헨과 바르셀로나가 만났다. 당시 뮌헨은 16강에서 첼시를 1차전 3-0, 2차전 4-1로 가볍게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바르셀로나 역시 16강에서 나폴리를 상대로 1차전 1-1, 2차전 3-1로 합산 스코어 4-2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올랐다.

▲FC 바르셀로나 공격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5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 FC와 경기에서 득점을 한 뒤 세레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 팀의 전력 차는 상당했다. 바르셀로나는 '축구의 신' 메시가 버티고 있었지만, 루이스 수아레스, 부스케츠, 피케 등 주축 선수의 노쇠화가 문제가 됐다. 더불어 넬송 세메두, 세르지 로베르토 등 측면에 배치된 영건들이 뮌헨 전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뮌헨은 말 그대로 '파괴 전차'였다. 양 날개인 세르쥬 그나브리와 이반 페리시치는 각각 첼시전 2골과 1골을 기록하며 발끝을 예열한 상태였다. 여기에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티아고, 레온 고레츠카와 토마스 뮐러 등이 중원을 단단하게 지켰다.

바르셀로나는 뮌헨을 상대로 2-8이라는 충격 패를 당했다. 뮐러의 전반 4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페리시치, 그나브리, 요수아 키미히, 필리페 쿠티뉴 등 6명의 선수에게 골 폭격을 당했다. 데이비드 알라바의 자책골과 수아레스의 추격골이 나왔지만, 6점 차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뮌헨 주전 공격수로 출전해 팀의 6번째 득점을 신고한 선수가 레반도프스키라는 점이다. 레반도프스키는 2022년 뮌헨을 떠나 바르셀로나로 이적, 데뷔 시즌 23골 7도움을 올리며 월드클래스임을 증명했다. 2023-2024시즌에도 주전 공격수로 나서 19골 8도움을 올리는 등 제 역할을 다해줬다.

▲바이에른 뮌헨 한지 플릭 감독이 2020년 7월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바이엘 04 레버쿠젠과의 DFB컵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선수들에게 행가래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년 전 국제 무대에서 바르셀로나를 격침한 두 주인공. 플림 감독과 레반도프스키가 이제는 바르셀로나 감독과 선수로 재회했다. 글로벌 매체 'ESPN'은 29일 "레반도프스키와 플릭 감독이 4년 후에 바르셀로나로 갈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라고 전하며 이를 주목했다.

숙적에서 구원 투수로. 플릭이 다가오는 2024-2025시즌 위기의 바르셀로나를 옛 동료와 함께 구원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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