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尹대통령, 의대증원 강행 시 의료붕괴시킨 책임자 될것”

입력 2024-05-28 14:58수정 2024-05-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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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대화 요구…“원점 재논의가 증원 ‘0명’ 의미하는 것 아냐”

▲김준성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실 레드팀께 :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강행한다면 의료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윤석열 대통령이 손가락질당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대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8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의견을 제기했다.

이날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국민이 원하는 의료 체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지고 이를 위한 의사 수가 최선의 방법으로 추산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타협이 이뤄진 뒤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올바른 의료개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1509명 증가한 4567명으로 49.3% 증원하고자 한다. 현재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인증인정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의하면 의대 정원이 10% 이상 변경되면 의대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의대 정원을 일시에 50% 늘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증원이 필요해도 한 번에 10% 미만의 증원이어야 제대로 된 의대 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것에 대해 정부는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병상 가동률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14만 명의 의사 중 진료를 하지 않고 있는 의사는 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대형병원은 그간 이들 만 명의 젊은이들의 열정과 사명감,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에 기대어 왔다. 이들이 떠나면서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공의가 떠나며 교수들도 대학병원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허망한 수치(2000명 증원)에 대한 집착이 환자와 의사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수많은 병원 임직원들의 생계와 관련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는 조건 없이 대화하자면서도 2025년의 의대 정원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의료계에서 말하는 원점에서의 재논의가 바로 조건 없는 대화다. 대량 증원은 무를 수 없다며 조건을 걸고 있는 것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라며 “이대로 의대 증원이 강행된다면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 문제 해결을 위해 22대 국회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강 위원장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잘못된 정책 수립과 폭압적인 추진과정에 반발해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지금, 우리는 22대 국회의 개원을 손꼽아 기다린다. 현 정부는 3개월 넘게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협박만을 일삼고 있다. 이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입법부, 국회가 유일하다. 2020년 의정 합의가 이제라도 지켜지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주요 의료 정책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논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비대위는 의료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비대위는 증원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곽재건 비대위 부위원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무작정 의대 증원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원점 재논의 백지화가 증원 ‘0명’이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면 가능하다. 느닷없이 1500명, 2000명을 늘리면 어떻게 교육할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전공의들에게 의료현장으로 돌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은진 비대위원(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전공의들이 나갔을 때 처음에는 원망했다. 하지만 나간 이유를 들었을 때 ‘왜 나는 그 생각을 못 했나?’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병원에 있는 동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전공의들이 모든 직역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텐데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신념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얻으면 꼭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방재승 전 비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명의 소리를 듣는 것에 우쭐했던 것 같다. 나만 명의 소리를 듣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삶을 산 게 아닌가 반성을 많이 한다”라며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해준다면, 교수부터 잘 할 테니 (전공의들도) 제발 돌아와서 제대로 된 의료개혁으로 환자도, 의사도 행복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기성세대로서 전공의들을 바깥으로 내몬 것 같아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준성 비대위원(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은 “임상 의사로서 의료 정책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반성하게 됐다. 하지만 복지부 이하 정부도 의료계의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느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이) 본인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의료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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