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부분 남녀 접종, 한국만 왜?”…NIP 두드리는 ‘가다실9’

입력 2024-05-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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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관련 암 및 질병 증가세…입증된 예방 수단 적극 도입해야”

▲2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MSD 가다실9 국내 출시 9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세금으로 암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적극적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2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MSD 가다실9 국내 출시 9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러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암 예방 효과가 입증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남녀 모두에게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으로 제공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HPV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국내 암 발생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HPV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구인두암, 항문암, 질암 등 남녀 구분 없이 다양한 암을 유발한다. 국제인유두종협회(IPVS)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가 원인이라고 추계하고 있다. HPV는 성관계를 통해 성별에 상관없이 파트너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에게 동시에 접종하는 방식이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꼽힌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 172개국이 NIP로 HPV 예방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중 33개국은 남성을 NIP 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이 중 28개국은 HPV 9가 백신을 제공한다.

해외 주요 보건기구에서도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암기구(The European Cancer Organization)에서는 유럽 내 모든 국가에서 남녀 청소년 모두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2030년까지 90%의 남녀 청소년 대상 HPV 백신 접근성을 확보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국내 상황은 글로벌 동향과 차이가 크다. 현재 정부가 NIP로 지원하는 백신은 2가·4가이며, 9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접종 지원 대상은 12~17세 여성·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남성에게는 지원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파악한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가다실9가 백신 접종 비용은 22만 원 내외로 형성돼 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HPV 관련 암 및 질병은 증가추세이지만, HPV로 인한 남성의 질병 부담과 삶의 질 저하는 과소평가돼 왔다”라며 “국내 남성 HPV 예방률은 한 자릿수로, 적극적인 HPV 예방사업을 펼쳐온 호주, 영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라고 지적했다.

호주는 2020년 기준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이 7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은 2022년~2023년 기준 만 9세에 1회 접종을 시작한 비율이 남녀 평균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적극적인 HPV 예방이 미래 세대의 건강과 국가 보건 증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됐다”라며 “대한이비인후과학회를 비롯한 국내 학계는 남녀 동시 접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소아과학회지에 게재된 ‘가다실9’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해당 백신의 HPV 감염 예방 효과는 장기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내 3차까지 접종 완료한 9~15세 남아 301명과 여아 971명을 대상으로 접종 후 10년간을 장기추적 관찰한 결과, 남녀 모두에서 3차 접종 후 10년 차에도 지속적인 HPV 항체 반응이 나타났다. 심각한 이상 반응이나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양경선 한국MSD 의학부 이사는 “가다실9 접종 후 10년 장기간 추적 연구를 통해 면역원성, 유효성, 안전성을 평가해오고 있다”라며 “연구 참여자가 중도 탈락한 가장 흔한 이유는 참여 의사 취소, 추적 관찰 실패 등이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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