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인재’는 모셔가도 전체 채용은 축소”...AI가 불러온 IT 노동시장 양극화

입력 2024-05-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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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리터러시’ IT 노동시장 재편하는 요소로 부각
IT 기업들 최고 AI 인재는 모셔가도 대규모 채용은 축소
이력서에 AI 지식ㆍ경력 추가하는 직장인 142배 급증

▲14일(현지시간)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구글 I/O 2024’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마운틴뷰(미국)/AP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정보·기술(IT) 노동시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AI를 얼마나 잘 다룰줄 아느냐에 따라 연봉은 물론 고용과 해고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른바 ‘AI 리터러시(literacy·활용 능력)’가 IT 노동시장을 재편하는 핵심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IT기업들이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대규모 신규 채용은 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개발로 IT 노동시장은 그야말로 불균형에 빠진 상태다. 거대언어모델(LLM) 관련한 업무 경력이나 지식이 있는 이른바 ‘톱클래스’ AI 인재는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이 AI급 인재는 억대 연봉으로 모셔가지만, 과거 몇 년 전과 달리 기술직 분야 대규모 신규 채용에는 열을 올리지 않고, 일부 직군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까지 진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회사 자원을 AI에 집중하다 보니 조직개편, 소규모 감원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미국 컴퓨팅기술산업협회(CompTIA)에 따르면 2019년 월평균 30만8000건이었던 개발자 채용 공고가 올해 4월 기준 월 18만 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AI와 머신러닝 분야의 채용 공고는 증가 추세다. 노동시장 분석업체 라이트캐스트에서 따르면 2023년 1월 개발자 채용 공고의 9.5%가 AI 관련 분야였는데, 올해 4월에는 11.5%를 차지했다. 전체 채용 공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테크 시장의 신규 채용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 교육과정을 수강하려는 IT 종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AI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딥 아틀라스’는 올여름 2주짜리 AI 교육 프로그램 5개를 개설했다. 수강료는 6800달러(약 927만 원)에 달한다.

지난 3월 아마존에서 해고된 아시프 다나니(31)씨는 2~3개월간 AI 관련 경력을 강조해 이력서를 써 AI 제품 매니저 관련 면접을 여러 차례 봤다. 하지만 성과가 없자 딥아틀라스의 2주 교육 프로그램을 듣기로 했다. 그는 2016년 LLM을 다루긴 했지만, 그 이후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AI 트렌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나시씨처럼 자신의 이력서나 프로필에 챗GPT나 코파일럿과 같은 AI 관련 직무기술을 추가하는 IT 종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챗GPT의 달리(Dall-E) 텍스트 이미지 변환 모델로 생성된 컴퓨터 모니터의 이미지와 함께 오픈AI 로고가 보인다. AP연합뉴스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트인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2024 워크 트렌드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자신의 링크트인 프로필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관련 직무 기술을 추가하는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142배나 급증했다. 링크드인 채용 게시글에서 AI를 언급하는 경우 AI와 관련되지 않은 채용 공고에 비해 17%나 더 많은 입사 지원서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니 필립스 딥아틀라스 공동창업자는 “사람들이 자기 역할이 쓸모없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그 자리는 AI를 알면서 그 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관련 경력이나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낙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많은 기술기업이 LLM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인재를 찾는데 여기엔 AI 경험보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지식만큼이나 배우려는 의지나 협업 능력 등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에듀테크 회사 멀티버스의 AI 책임자 안나 왕은 WSJ에 “코딩 기술, AI 기초 지식을 모두 갖춘 인재를 찾기도 어렵지만, 챗GPT를 갖고 장난치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AI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진짜 이해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으려면 인재풀이 매우 작아진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기존 직원들에게 AI 기술을 익히도록 교육 지원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세일즈포스는 직원들에게 43개에 달하는 AI 관련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6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이중 최소 1개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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