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의대 증원계획 확정…의사·정부 대화 실마리 ‘깜깜’

입력 2024-05-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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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 붕괴’ 경고…“한국처럼 급격한 증원, 해외 전례 없다”

▲12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모습. (뉴시스)

내년도 의과대학 증원 계획이 확정되면서 의사 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의사들은 의학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제2차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안’을 심의·확정했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보다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정부가 처음 제시한 2000명보다는 증원 규모가 줄었지만 기존 3058명에서 49% 확대됐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27년 만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심의·확정된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이달 30일 발표된다. 대교협이 변경안을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 측은 31일까지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수시 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의과대학 내에서는 교수들의 반대가 여전하다. 의대 교수들은 정원 확대를 위한 학칙개정안을 부결하며 반발하고 있다. 경북대와 경상대, 부산대, 제주대 의대는 대학평의원회와 교무회의 등에서 내년도 정원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다만, 학칙 관련 최종 권한이 대학 총장에게 있어 일선 교수들의 반대로 증원을 저지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의사 단체들은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하며 일제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오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학한림원)은 의견서를 통해 “해외 의료선진국에서 의대 정원 증원은 장기간(20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증원 규모도 증원 1회에 10% 이내에서 이뤄졌다”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기존 학생들의 유급 사태가 더해진다면, 2025학년도 의대 1학년 학생 수는 8000여 명에 이르러 현재 정원의 2.7배에 달하므로 교육이 더욱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역시 ‘의학교육 붕괴’를 경고했다. 이날 오전 전의교협은 “정부가 추진하는 2000명의 의대 정원 증원은 현장의 의학교육을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떠받칠 역량을 갖춘 의사 양성에 돌이키지 못할 손상을 주므로 공공복리를 오히려 해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의학한림원의 의견에 전의교협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사직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 명분을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분위기다. 전공의들은 2월부터 의대 증원 계획 백지화와 전공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사직한 상태다. 내년도 의대 증원이 사실상 공식화되면서 전공의들의 요구를 수렴하기는 불가능해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658명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 명의 5%에 불과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대교협의 결정 이후 의협은 입장문을 내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의대 정원을 급격히 확대하면 의학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과 질적 부실로 인해 급속히 무너지고 말 것이며, 세계적 수준으로 칭송받았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붕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연 지역·필수의료 의료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유입방안 마련 없이, 단순 의대 정원 증원이 진정 ‘의료 개혁’이라고 생각하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라며 “끝내 망국적 의대 증원을 강행한 정부의 폭정은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철저히 외면한 데 따른 모든 책임 또한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의협은 “지금이라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정책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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