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재판 나온 한국중부발전 前사장 "사직서 제출 요청받아"

입력 2024-05-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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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당시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부 산하 11개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정창길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이 “2017년 9월 초순 산업부 측으로부터 사표를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재판장 김중남 판사) 심리로 진행된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사장은 “박성택 국장(당시 에너지산업정책관)으로부터 유선 연락이 와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했고, 9월 초순경 오전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났더니 정부 입장을 전달하면서 사직서 제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이던 2016년 1월 임명됐고,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2017년 9월 중도 사퇴했다.

정 전 사장은 “당시 산업부의 사직서 제출 요구에 굉장히 못마땅한 입장이었다”면서 “내부 직원 출신인 내가 부임한 이후에 전년대비 경영성과가 (E등급에서 B등급으로) 3단계나 상승하는 등 경영성과가 많이 향상됐다는 걸 박 국장에게 말씀드렸고 이런 점이 (상황에) 고려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에 대해 뚜렷한 어떤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원치 않는 사직서를 제출한 배경에 대해서는 ”산하기관이 (산업부라는) 상급기관과 갈등모드를 조성할 경우 매년 정부경영평가를 받는데 직간접적 불이익 초래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정부경영평가에 따라 직원들 성과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내 입장만 생각할 순 없었고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정 전 사장은 “저만 면담하려는 건지 다른 발전소 사장과도 면담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서 확인해봤더니 그날 오전과 오후에 각각 두 명의 사장과 만날 계획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산업부 측에서 자신과 면담한 날 또 다른 산하 공공기관 사장을 만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백 전 장관은 2017년 9월부터 정 전 사장 등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업부 산하 11개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 자리에 문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 등을 임명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관해 정 사장은 2019년 검찰 조사에 출석해 임기 1년 4개월 남기고 산업부 압력으로 사퇴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지난달 29일 열린 첫 공판 참석 당시 백 전 장관은 취재진에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공무를 수행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 예정이던 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전 사장은 개인사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해 다음 기일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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