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수요 고려해 충성도 확보 차원...수익성 높이기 집중
초록마을, 품질강화 정책…상반기에만 10종 출시 예정
편의점도 PB 경쟁력 제고…세븐일레븐 컵커피 리뉴얼
고물가로 인해 유통업계의 ‘초저가 할인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각사는 한동안 집중한 자체브랜드(PB)의 가격 경쟁력보다 제품력 강화에 새삼 힘을 쏟고 있다. 가격에 매몰된 출혈 경쟁보단 미래 장기 수요를 고려한 품질 차별화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슈퍼의 PB 브랜드 ‘오늘좋은’의 상품 개수는 5월 현재 500여 개로 론칭 1년 만에 5배 늘었다. 200여 개 상품군 중 22개가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롯데마트 전체 PB 상품 매출도 전년 대비 15% 늘었다. 오늘좋은을 비롯해 또 다른 PB ‘요리하다’는 이미 국제적으로 그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두 브랜드는 15일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식품 품질평가 인증기관 ‘2024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앞으로도 고품질의 오늘좋은 신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방침이다.
친환경 유기농 쇼핑몰 초록마을은 올해 맛과 안전성을 개선한 간편식 PB 라인을 강화한다. 초록마을에 따르면 현재 판매하는 상품의 90% 이상이 PB다. 주 소비층인 40~49세의 주부 입맛을 잡기 위해 PB 경쟁력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10종이 넘는 간편식 PB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엔 제조사브랜드(NB) ‘콩국물’을 PB로 전면 재기획하기도 했다. 무농약 콩국물을 ‘100% 국산 유기농’으로 친환경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인 것이다.
새벽배송 업체 컬리도 올 하반기 집밥 콘셉트의 새로운 PB 출시를 예고했다. 컬리는 현재 식품 PB ‘KF365(컬리프레시365)’와 비식품 PB ‘KS365(컬리세이프365)’, 프리미엄 PB ‘컬리스(Kurly’s)’, 가성비 PB ‘99시리즈’ 등을 판매 중이다. 판매가 9900원의 99시리즈는 출시 1년 4개월 만에 판매량 90만 개를 돌파했다. 월 평균 5만7000여 개, 매일 2000개씩 팔린 셈이다. 지난해 컬리의 단일상품 판매량 상위 10위 중 8개가 PB 상품일 정도로 제품력이 높아지고 충성고객도 늘어난 것이다.
PB 경쟁이 특히 치열한 편의점계도 품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018년 출시한 PB 컵 커피를 7년 만에 리뉴얼한다. 원료 함량을 높여 프리미엄급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카페라떼 등 우유를 넣은 컵커피 4종은 원유 함량을 50% 이상 늘린다. 또 아메리카노도 커피 추출액을 기존보다 0.5배 더 높인다. 편의점 컵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 입맛도 고급화된 데 부응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PB 프리미엄 전략에 따라 조만간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도 프리미엄급으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PB 제품력 강화 움직임은 소비자 요구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PB가 잘 팔렸다면, 시장이 커지면서 품질과 트렌드를 따지는 고객이 늘었다. 이런 요구에 맞는 ‘특화 PB’를 내놔야 고객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1년간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1.8% 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상품은 지금 같은 고물가 경기엔 당장 신규 고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만들려면 결국 제품 경쟁력에 달렸다”고 말했다.